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세력의 추가 테러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럽이 역내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역시 소니픽처스 사이버테러를 계기로 일명 정부에 사이버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빅브러더' 법 제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 사생활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는 독일·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캐나다 등이 참석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항공기 탑승자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정치·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EU), 공통 출입국 시스템을 도입해 이동제약을 없앤 솅겐조약 등을 통해 회원국 국민들의 역내이동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느슨한 출입국 관리로 테러리스트들이 활개를 칠 여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다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스 스페인 내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거르기 위해 국경에서의 여권 검사를 허용하도록 솅겐조약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주요 정보통신 업체들이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테러나 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를 삭제하는 등 테러감시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며 '사이버보안'을 강화한다는 데 관계장관들이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자 유럽 내에서는 감시망 강화가 인력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EU의 정신과 프라이버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즉각 제기됐다. 얀 필리프 알브레히트 유럽의회 의원은 "유럽의 장관들이 정당화되지 못한 수단을 동원하며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며 "광범위한 비행정보 수집은 EU 법에도 어긋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미국에서는 일명 '빅브러더' 법 제정이 다시 추진돼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더치 루퍼스버거 의원은 지난 8일 미국 정부가 사이버안보 위협을 받을 경우 기업들이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사이버정보공유 법안(CISPA)'을 발의했다. CISPA는 2013년 하원을 통과했지만 과도한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같은 해 상원에서 폐기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CISPA를 무난히 통과시킬 수 있다"며 "과거 백악관이 법안 처리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적이 있어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자유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디지털라이츠애드버커시' 등은 성명을 내고 "민간기업들의 자료를 보호하기는커녕 정보기관들이 개인의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감시체계가 도입돼 사생활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EU 회원국 관계장관들은 다음주 중 벨기에 브뤼셀에서 다시 만나 합의사항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다음달 18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을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해 글로벌 안보위협 해소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