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22일] 과기 인력 키워 '경제 홈런'을

올해 한국시리즈는 SK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삼성 선수들은 그동안 보여줬던 기량이 무색할 정도로 연일 패배의 고배를 마시며 SK의 연승으로 끝이 났다. SK 우승의 원동력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준비된 팀'이라는 부분이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팀 승리의 최적화를 위해 준비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야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외교ㆍ경제적 성과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를 보더라도 수주의 밑거름은 남들이 손 놓고 있을 동안 우리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건설과 설계를 멈추지 않았고 인력도 꾸준히 양성해 왔다는 데 있다. 교육내용·현장요구 서로 달라 우리 경제의 발전 패러다임이 '모방형 혁신'에서 '창조형 혁신'으로 진전됨에 따라 우수과학기술인력의 육성ㆍ활용이 미래성장을 견인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준비된' 과학기술인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과 더불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나온 지난 2008부터 오는 2018년까지의 과학기술인력의 수급전망에 따르면 2018년도까지 총 24만5,000명의 초과공급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과학기술인력은 넘쳐 이를 위한 별도의 육성이나 활용정책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문학사ㆍ학사는 초과공급이 예상되지만 공학계열 박사는 1만명 정도의 공급이 부족하다. 고급인력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배출된 전문학사나 학사의 경우도 지속적인 투자로 양적 공급은 충분하나 질적인 부분에서 수요자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대학이 가르치는 내용이 현장의 요구와 다소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재교육 기간이나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실무에 투입하기까지 재교육에만 한 명당 6,000만원, 평균 20개월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도 과학기술인력 관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과학기술분야 일자리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18.6%로 미국 32.3%,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 30.0%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며 '사오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35~40세를 기점으로 이공계 전공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준비된' 이공계 인력 부족과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인력이라는 현실은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 및 의사나 변호사 등 경제적인 수준이 높은 직종으로의 이탈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력의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기반이 되는 초ㆍ중등부터 이공계의 흥미를 유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의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역량 있는 전문교원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실습ㆍ체험학습을 교실로 가져와 아이들이 이공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인력 육성 컨트롤타워 필요 또 대학은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교육을 강화하고 재직단계에서 과학기술인력의 자긍심 고취를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 등 합리적인 보상 및 처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인력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과학기술인력전문위원회를 신설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계획 및 사업을 조정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다양한 정책이 기획ㆍ융합돼 과학기술인이 우리 경제에서 다시 한번 홈런을 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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