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는 아파트 출입료로 월 5만원씩 내세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정기간행물 보급소를 운영하는 최모(47) 씨는 지난 1월 잠실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상시 출입하는 배달업체는 출입카드 보증금에 더해 매달 아파트 출입료를 내라는 통보였다. 최씨는 "대단지 아파트를 관리하는 곳에서 출입료를 내라고 하니 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5일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일부 고급 아파트들이 음료나 신문 등을 배달하는 업체들에 정기 출입료를 요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출입카드 발급 명목으로 받는 보증금 10~20만원에다 월 출입료까지 업체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다. 송파구의 '잠실 레이크필'과'잠실 트리지움'은 배달업체에게 보증금 20만원을 받고 출입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는 아파트 각 동 현관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출입을 위한 것이다. 최 씨는 "예전에는 출입카드 발급을 위해 보증금을 5,000~1만원 정도 냈는데 최근 들어선 일부 아파트들은 30만원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부 아파트는 보증금 뿐만 아니라 출입카드 관리 및 승강기 사용 비용 명목으로 매달 출입료까지 따로 받고 있다. '잠실 리센츠'와 '잠실 엘스'아파트의 경우 올 1월부터 기존의 보증금(20만원ㆍ10만원)에다 월 출입료 5만원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 생활지원센터 관계자는 "출입카드를 나눠주고 관리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배달업체들이 사용하는 승강기 전기료를 감안하면 5만원은 받아야 한다"며 "입주자 회의를 통해 마련한 자체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실 아파트 단지 근처의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출입에 문제가 생기면 배달업체가 책임을 지면 되지 월 출입료까지 내라는 것은 너무하다"며 "한 달에 80만원도 못 버는 배달업 종사자들에게 연간 60만원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