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입주기업 "합의 이행 지체 우려… 먼저 가동을"

■ 정상화 닻 올린 개성공단<br>시설점검 시간 걸리는데 하루빨리 방북 허용하고 경영안정자금 지원도 시급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해 구체적 사안에 대한 남북 협상에 앞서 공단 재가동부터 서둘러달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4개월 이상 가동이 중단됐던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남북 정부가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구성 등으로 또다시 진통을 겪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사무실에서 ▦재가동 준비팀의 출입 및 체류 허가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 ▦남북공동위원회에 투자기업들 참여 등 입주기업들의 요청사항을 발표했다. 특히 입주기업들은 남북 협상으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선가동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유창근 비대위 대변인은 "그동안 개성공단 투자기업들은 4개월 이상의 조업중단으로 경영상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가동이 시급하고 특별자금 지원도 간절하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아직 실질적으로 도산까지 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이 공장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이명섭 진성하이테크 대표는 "그동안 어려웠던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에 합의를 잘 해줘서 우리도 기대가 매우 크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경영을 시작할 생각"이라며 "시설가동을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남아 있는 바이어도 만나야 할 것이기 때문에 바빠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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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업들은 남북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나 재가동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해 다소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공동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다른 구체적 합의이행 사안을 실행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장상호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하루빨리 개성으로 올라가서 공장을 가동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인데 합의문에는 언제부터 출입기업이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며 "시설점검을 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기업 입장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화물차 운전기사, 거래처 관리직원 등 그동안 퇴사한 인력도 새로 뽑아야 되고 거래처 물량도 확보해야 되고 개성공단 불확실성 때문에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하려니 매우 복잡하다"며 "합의 당시 방북이나 재가동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데다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등으로 또 시간을 끌 경우 개성공단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남북이 앞으로 개성공단과 관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만큼 기업 입장도 적극 고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을 배제한 정책입안자들끼리의 합의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업이 배제된 남북공동위원회는 불확실성만 증폭시킨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대표는 "재가동이 가능해지더라도 당장 가동할 수 있는 기업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며 "기업경영이 정책입안자들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이 반드시 감안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의 임금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인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이는 기업들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항"이라며 "임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항을 입주기업들과도 협의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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