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호세프 연임 성공했지만… '복지 부메랑' 험난한 앞길

브라질 대선 결선 득표율 51%… 네베스에 300만표 차이 진땀승

GDP 60% 달하는 총부채 등 풀어야 할 경제 과제 산더미

극심한 지역·계층 갈등도 난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 실정(失政) 심판론을 내건 야권의 파상공세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러나 호세프의 향후 4년은 집권 1기 때보다 훨씬 더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침체에 빠진 경제 회생과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극심한 지역·계급 간 분열 통합 등은 호세프 집권 2기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51.64%를 득표해 48.36%를 얻는 데 그친 아에시우 네베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후보를 눌렀다. 두 후보의 득표차는 300만표에 불과해 군사독재 몰락으로 직선제가 재도입(1985년)된 후 가장 치열한 승부였다.


이로써 브라질 정치사상 연임에 성공한 첫 여성 대통령이 된 호세프는 오는 2018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중도좌파 여당인 노동자당(PT)도 브라질 내 최고 실력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시절을 포함해 16년간 집권여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호세프 대통령의 권력 수성 과정은 쉽지 않았다. 1년 전만 해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100만명가량이 교육·의료·교통 등의 부실한 정부 지원에 반발해 거리시위에 나서는 등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이 같은 불리한 여건을 이겨낸 호세프의 승리를 놓고 정치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크리스토퍼 저먼 이머징마켓 리서치헤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했지만 동시에 그들은 잃을 게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프를 포함한 PT당 집권기간에 시행됐던 빈곤층 지원(볼사 파밀리아) 및 의료 프로그램(마이스 메디코스(Mais Medicos)·더 많은 의사들), 공공주택 및 학자금 보조 등 빈곤·서민층 지원정책이 중산층 이하 표를 결집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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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복지확대 정책은 오늘날 브라질 경제에 부메랑이 된 상태다. 브라질 정부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원자재 가격이 수년째 하락하면서 정부 재정이 복지재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는 브라질의 총부채·재정건전성 등을 문제 삼으며 브라질 신용등급 및 경제전망을 최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은 에너지보조금 지급, 전기세율 억제 등 호세프 정부 시절의 정책이 4년 더 연장될 경우 (올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침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호세프 당선에 회의적인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다. 호세프의 첫 임기가 시작된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금까지 브라질 증시(보베스타지수)는 25% 하락했고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도 같은 기간 33% 빠졌다. 특히 선거기간 마지막주 호세프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자 브라질 증시는 6.8% 급락했다. UBS자산운용의 조지 마리스칼 이머징마켓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브라질은 결코 현재의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며 "브라질 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기업 세제지원 발표 등 시장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호세프는 집권 1기 당시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 자리에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기용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확인된 국민분열도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선거 결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북부·북동부 및 빈곤층 밀집지역에서는 호세프의 절대우세가 나타났지만 상파울루 등 중산층 중심의 도심지역에서는 야권표가 몰렸다. 호세프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내 첫 임무는 평화와 화합이 될 것"이라며 "선거에서 표출된 갈등은 브라질의 새로운 순간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통화담당 헤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부정적일 것"이라면서도 "향후 4년을 설계할 첫 100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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