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4일] 성난 중국 택시기사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지역 경제가 파탄지경에 몰린 중국 광둥(廣東)성의 공업도시 산터우(汕頭)에서는 지난 21일 택시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됐다. 이 곳 1,000여대의 택시가 ‘헤이처(黑車ㆍ무허가택시)’의 불법영업을 단속하라며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산터우의 경우처럼 요즘 중국은 성난 택시기사들의 줄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 충칭(重慶)에서 택시기사 8,000여명이 고유가와 헤이처 급증 등에 항의해 파업했고 10일에는 하이난(海南)성의 싼야(三亞)와 간쑤(甘肅)성의 란저우(蘭州)에서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중국 택시기사들이 가장 큰 불만은 무허가 택시의 전횡. 이 문제는 오랜 관행으로 기사들은 그럭저럭 먹고 살만했던 시절에는 이를 묵인해왔으나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돈벌이가 줄어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인들의 ‘생계형 투쟁’은 실업자와 철거민들의 시위ㆍ공장파업 등으로 노도(怒濤)와 같이 번지고 있다. 17일과 18일에는 중국 중서부 간쑤성 룽난(隴南)시 주민 2,000여명이 ‘이주 대책 보장’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했고 앞서 8일에는 베이징 시민 100여명이 이주 보상비에 불만을 품고 베이징 시내 시창안제(西長安街) 중앙군사위원회 청사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또한 6일과 7일에는 저장성 사오싱(紹興)시의 한 화학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1,200여명이 도로를 막고 항의시위를 벌였고 지난달 27일에는 장쑤성 우장(吳江)시의 한 방직공장 노동자 1,000여명이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내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했다. 이 같은 민중들의 분노에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바오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가 택시기사 대표들과 직접 만나 분쟁을 해결하고 주요 도시들이 내년 2월까지 ‘헤이처’의 근절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경기 회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자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저소득을 대상으로 한 주택ㆍ금융ㆍ고용 대책을 연일 쏟아내며 민심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삶의 벼랑 끝에 선 중국 서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름지기 서민들은 생활고가 깊어질수록 작은 일에도 쉽사리 화가 치밀고 행동이 격해지는 법이다. 그러니 정책 집행자들은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민심을 살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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