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왕조의 철학이 담긴 최고급 가짜꽃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채화전’ 5월25일까지
조선 왕·왕비의 잔칫상 완벽 재현
조선 왕실에는 ‘살아있는 꽃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생명 존중의 철학이 있었다. 그래서 궁궐의 잔칫상에는 가화(假花)를 올렸는데, 이것을 ‘궁중채화(宮中綵花)’라 한다. 최고급 비단과 모시로 꽃잎을 만들어 홍화·치자·쪽으로 물들이고, 노루털에 송홧가루를 묻혀 꽃술을 빚었다. 향기는 없으나 나비도 착각해 날아앉을 정도로 생생했다.
조선의 뛰어난 공예문화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궁중채화’전이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이귀영)에서 5월25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는 1829년 음력2월 순조의 즉위 30년과 40세 생신을 기념하며 창경궁에 차려졌던 ‘기축년진찬’이 그대로 재현됐다. 왕과 왕세자의 잔칫상인 외진찬(外進饌)에는 초청자들의 머리장식용 잠화(簪花)와 음식 옆을 꾸미는 상화(床花)가 놓였다. ‘순조기축진찬의궤’에 따르면 외진찬에 쓰인 채화는 총 5,289송이이며, 제작비용은 632냥이었다. 요즘 돈으로 대략 5,000만원 정도다. 왕비의 내진찬은 더 화려해 채화 총 6,557송이에 1,728냥이 들었다. 꽃 장식만 1억4,000만원짜리인 셈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4호인 황수로 궁중채화 기능보유자의 작품이다. (02)3701-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