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 시대] 70세 프로그래머… 80세 펀드매니저… '실버 슈퍼맨' 뜬다
20년후 고령 인텔리 비중 세계 최고 뒷방 늙은이·낡은 세대 불명예 벗고경제·지식·문화활동 리드해 나가는 대한민국 사회 핵심 주도층 부각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앞으로 오는 2016년까지는 계속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노인들이 생계현장을 맘 편히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노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경제활동의 주체로 당당히 활동하고 고학력자로 사회의 교양문화를 주도하며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점차 참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의 실제 은퇴 나이는 지난 2009년 현재 70.3세. 65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규정할 때 남성은 노인이 된 후에도 평균 5년가량 더 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에서는 2009년 현재 실질은퇴연령이 법정은퇴연령보다 3.2세나 빠른 61.8세를 기록하는 등 서방 선진국에서는 노인이 채 되기도 전에 일선에서 떠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노인들은 그야말로 슈퍼맨 수준이라 할 만하다. 심지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노인의 실질은퇴연령(70세 이하)도 우리나라보다 낮다.
물론 이는 상대적으로 우리 국민이 노인이 돼서도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는 비관적 측면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노인들이 경제활동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활기차고 적극적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인구 5,000만명 시대의 노인 파워는 학력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 중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인구는 지난해 7.3%이며 2020년에는 12.5%, 2030년에는 22.6%, 2040년에는 33.3%까지 치솟게 된다. 204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 같은 고학력 노인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29.1%), 영국(29.1%), 프랑스(28.7%), 독일(23.8%), 러시아(27.7%), 중국(7.0%) 등 쟁쟁한 강대국의 고학력 노인 비중도 우리나라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 10명 가운데 약 4명은 고학력자가 된다. 이를 능가하는 것은 일본(2040년 41.5%, 2050년 47.8%) 정도라는 게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의 분석 결과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2030년께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텔리 노인 계층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 인텔리 노인들은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기반으로 경제ㆍ정치의 트렌드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5,000만명 시대의 대한민국 노인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빠른 '정보화 습득력'에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연령 국민 중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1개월간 인터넷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35.9%에 달해 4년 전(2007년 17.4%)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베이비붐 세대로 꼽히는 50대의 인터넷 사용률은 57.4%. 40대는 무려 88.4%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노인세대로 편입되는 2020~2030년께 우리 사회는 네티즌 사회에서도 노인 파워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구 5,000만명 시대의 노인들은 과거의 '뒷방 늙은이' '구태의연한 세대' '정보통신 비적응자'라는 불명예를 벗고 경제활동과 지식ㆍ문화활동을 아우르는 주도층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