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일본의 독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도발 계획과 관련, “조용한 대응 기조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해 대일 외교정책 기조의 전환을 강하게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 지도부 초청 만찬간담회에서 “일본의 분쟁지역화 의도에 말리지 않기 위해 대응을 절제하는 조용한 외교를 수년간 해오는 동안 일본이 하나 둘씩 공격적으로 상황을 변경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조는 조용한 대응을 통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기조였으나 대응기조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조용한 외교’를 탈피해 보다 강경한 대일 외교정책을 펼칠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은 일본이 우리 측 EEZ에서 수로측량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일간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본 현지 언론에 ‘20일 출항설’이 보도되는 등 일본 측이 이번주 내에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일본은 탐사계획을 철회해야 하고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행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
일본이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단호한 입장을 감안해 우리 측 EEZ를 침범하지 않되 경계선 근처에서 일종의 ‘시위’를 벌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만일 EEZ 진입을 강행한다면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일간 EEZ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측이 우리가 주장해온 경계선을 ‘물리적’ 방법으로 무시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물리력을 사용해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차례에 걸친 관계기관 장관급 회의를 열어 국제법ㆍ국내법에 따라 정선ㆍ검색ㆍ나포 등의 조치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무현 대통령도 18일 여야 정당 지도자들과 만찬회동에서 이 같은 정부방침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일본 정부 소속의 선박에 공권력을 가하는 것은 외국정부선박에 대한 ‘국가면제’ 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무해통항’ 원칙은 선량한 임무를 이행할 때나 받아들여지는 것이지 국가간 예의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측이 이번 파문을 일으킨 저의가 독도 영유권 주장의 일환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이번 건을 영유권 문제가 아닌 EEZ 침범 문제로 국한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사회에 부각되면 이 지역이 ‘분쟁지역화’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우리로서는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생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문제 등은 우리 측이 도덕적 우위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영토문제의 경우에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드물다. 독도 영유권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될 경우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