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트론:새로운 시작

더 화려해진 비주얼… 눈이 즐겁다


'볼거리는 화려하나 이야기가 빈약하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되풀이 되는 평가다. '트론:새로운 시작' 역시 일단 이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로 영화 전체를 매도하기엔 화려한 볼거리가 빈약한 이야기를 덮을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는 1982년 디즈니가 제작한 '트론'의 속편이다. 당시 '트론'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합,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주목 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속편 '트론:새로운 시작'은 더 화려해진 컴퓨터 그래픽과 3D 입체영상이라는 기술까지 입혀져 보는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의 90% 이상은 가상세계인 '그리드(Grid)' 속에서 일어난다. '그리드'는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엔컴'의 창립자인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가 만든 게임 속 가상 세계로 형형 색색의 발광 수트를 입고 로마 시대 전사처럼 싸워 이기지 못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곳이다. 전편이 '그리드'의 탄생과정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리드'에 갇혀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온 아들 샘 플린(게러트 헤들런드)이 아버지를 구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샘이 '라이트 사이클'을 타고 클루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작은 막대기처럼 생긴 '바톤'이 순식간에 화려한 오토바이로 변해 빛을 내며 달리는 장면은 시선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자신의 정보가 원반 모양으로 생긴 디스크에 모두 담겼다는 창의적인 설정과 암흑의 공간에 하얀 빛만이 존재하는 시각적 강렬함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크레이지 하트'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 브리지스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들었다가 배신해버리는 프로그램 '클루'와 가상 세계 속에 갇혀 늙어버린 그리드의 창조자 '케빈 플린'라는 1인 2역을 소화했다. CF 감독 출신 조셉 코신스키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멋진 화면도 오래 보면 감흥이 사라지는 법. 단조로운 이야기에 비해 12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단점이다. 영화 '감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비주얼을 '구경'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만족할 듯하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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