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참사] 팬티 바람에 탈출한 선장… 구명조끼 양보한 학생들

■ 마지막 순간 두 동영상 보니

승객 버리고 나부터 살자고…, 28일 해양경찰이 공개한 세월호 사고 현장 동영상에서 선장 이준석씨가 지난 16일 배가 기울자 바지도 입지 않은 채 속옷 차림으로 배에서 탈출하고 있다. 선장과 승무원이 탈출하던 9시35~45분 사이 300여명의 승객들은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배 안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탈출하지 못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찍힌 두 개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승객들을 버리고 팬티 바람으로 탈출하는 세월호 선장·선원들과 서로를 격려하며 지시를 따르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 영상이다.


28일 해양경찰은 사고 당시 세월호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선체의 가장 위로 올라와 있는 선박직 직원 15명 등이 구조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구조 당시 수백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구명별로부터 불과 2~3m 떨어져 있었지만 구명별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신들만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이준석 선장은 바지도 입지 않은 채 팬티 차림으로 헐레벌떡 경비정에 올라탔다. 이들이 나온 통로는 일반 승객들은 모르는 선박직 직원들만 아는 전용 통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9시30분께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경비정 123호의 승조원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은 당초 5장의 사진으로만 공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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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7일 한 방송사가 공개한 사고 당시의 영상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16일 8시52분께 세월호 4층 객실에 머물던 한 단원고 학생이 약 20분간 몇 차례에 걸쳐 촬영한 영상에서 다가올 비극을 모른 채 즐거워하고 있다. 침몰이 시작된 후 학생들은 "기울어졌어" "자꾸 이쪽으로 쏠려 못 움직여"라고 우려하면서도 '절대 이동하지 말고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잘못된 안내방송으로 인해 "신난다"라며 천진난만하게 대화를 나눈다. 배가 기운 지 10분이 넘어가자 구명조끼를 입기 시작하면서도 "00 거 없어 가져와"라거나 "내 거 입어"라며 서로를 챙기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안해하면서도 학생들은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선생님도 (괜찮은지) 여쭤봐"라며 교사까지 챙긴다.

이날 해경이 공개한 영상은 선장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 당시 영상에 따르면 세월호는 절반 정도만 기울어져 있어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하기 어려웠다는 이 선장의 수사본부 진술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영상이 사고 13일째가 돼서야 공개된 것에 대해 해경은 해당 영상이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넘겨져 중요한 수사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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