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말바꾸기' …불신고조 5일 "美 경제 침체 우려" → 9일 "생산성 강해 고속성장" 4일만에 정반대 전망에 월街선 "시장 불안감 높아져" 고은희 기자 blueskies@sed.co.kr "강한 생산성이 미국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할 것이다." 지난주 "미국 경제의 침체가 우려된다"는 말 한 마디로 세계 증시를 패닉(공황)으로 몰아넣었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강력한 노동 생산성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버냉키 의장의 미국경제에 대한 시각이 한 주 사이에 무원칙하게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것으로 주목된다. 최근 두 차례나 버냉키의 '설화(舌禍)'로 충격에 휩싸였었던 시장에서는 FRB 수장의 잇따른 말 바꾸기에 불안해 하는 기류가 더욱 역력해지고 있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생산성 제고에 미국의 경제가 달려있다"고 강조하면서 "최근의 생산성은 빠르게 향상 중"이라고 말했다. 버냉키는 "미국의 강력한 생산성은 경제적 유연성과 함께 컴퓨터 등과 같은 기술 발달로도 뒷받침되고 있다"며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 증가율이 20여년 전보다 두 배나 높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 해 2.7% 증가해 전년도 3.4%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8.2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했고, 한국에 비해서는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통화 정책의 향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그의 '경제성장 지속' 발언은 FRB의 금리인상 지속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냉키의 언급대로 생산성이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경우 인플레이션에 제한적이나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버냉키의 발언이 지난 5일 자신의 연설에서 지적한 경기 침체 가능성과는 딴판으로 미국 경제의 고성장을 언급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버냉키는 최근 추가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두 차례나 말을 바꿔 금융쇼크를 촉발했으며,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또 경기전망에 대한 '말 바꾸기'가 또 다른 불신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FRB의 우두머리가 시장에 '엇갈린 메시지(Mixed Message)'를 잇따라 보냄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 FRB가 당면한 문제는 (의장이) 앞으로 얼마나 입을 여는가이다"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6/11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