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자동차 급발진 원인은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 압력급등 탓"<br>자동차급발진연구회 발표<br>업계 "명확한 검증 필요" 반발

그동안 원인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던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지펴졌다.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대림대 교수)은 27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년간 국내 급발진 의심사고 사례 122건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은 브레이크의 배력장치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페달 답력을 높이는 역할만 해야 할 이 장치가 급발진을 일으키는 환경으로 '압력 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들었다. 압력 서지 현상은 오일 파이프라인을 갑자기 폐쇄할 경우 파이프라인 속을 이동하던 유체가 갑자기 멈추면서 순간적으로 압력이 진공 상태로 낮아졌다가 이내 급격하게 치솟는 일을 뜻한다. 그는 "급발진 초기에는 압축공기로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효과로 출력이 급상승해 보통 때처럼 브레이크를 밟아서는 차를 세울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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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김 교수의 결론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브레이크에 장착된 '진공배력장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진공배력장치는 일반적인 유압식 브레이크에서 적은 힘으로 제동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로 진공 펌프를 이용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답력)을 4∼5배로 키워 차의 제동력을 높이는 장치인데 이것이 급발진의 원인이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앞으로 신차에 별도의 전자식 진공펌프(EVP)를 달아 급발진을 통제하고 기존 차량은 예전에 쓰던 가속페달 연결 케이블을 이용해 급발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김 교수의 이날 발표는 하나의 주장일 뿐 보다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교수의 발표는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 적지 않다"면서 "특히 대기 중에서는 압력 서지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가 급발진 방지책으로 EVP라는 부품을 장착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EVP는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도 터보엔진 차량과 같이 공기가 많이 필요한 제품에 한해 사용하고 있는 부품"이라면서 "이 부품을 쓰면 당장 급발진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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