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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이자 최고죠."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을 둘러싼 이동통신업계의 경쟁상황을 묻자마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부회장은 "LTE 전국망이라는 것 자체가 세계 최초인데다 전국망도 퀄리티 면에서 '순도'가 다르다"며 "LG유플러스는 순도 99.9%, 24K 순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과 동시에 LTE 서비스를 시작해 그해 연말에는 전국 84개 시에서의 LTE망 구축을 완료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889개 군읍면에서도 LTE 서비스를 개시했다. 구석구석에서 잘 터져야 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특성상 여전히 84개 시에 머무르고 있는 경쟁사들은 '18K'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이야기다.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TE는 LG유플러스가 진리'라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돌고 있다. 경쟁사들은 만년 3위 사업자였던 LG유플러스가 '정말 독기를 품었다'며 LG유플러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LTE로 판을 뒤집겠다는 계획은 이 부회장이 2010년 취임한 직후부터 착실히 추진됐다. 당시 LG유플러스는 3세대(3G) 통신망 없이 2세대(2G)망으로만 SK텔레콤ㆍKT 같은 경쟁사와 싸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와 가입자 수, 매출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고 직원들은 통신망 업그레이드에 목말라 있었다.
세계적인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지목되던 LTE를 남들보다 빠르게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이 부회장은 2010년 여름께부터 LTE 장비업체들과 협상을 시작했고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이동통신사 KDDI 등 해외 이동통신사들에서 문의도 많이 들어왔다"며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통신망을 깔았는지,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많이들 물어보더라"고 전했다.
해외 이동통신사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절박함'이었다. 이 부회장은 "3등 자리라는 것은 더 뒷걸음질치면 낭떠러지니까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지켜야 될 게 많지 않고 가진 것을 버릴 수 있는 여건이 누구보다 잘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3G 통신망을 갖고 있는 경쟁사로서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는 3G 통신망 시대를 최대한 오래 끌다가 느긋하게 LTE 통신망에 투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3G 통신망이 없는 LG유플러스는 LTE 하나만 보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국망을 일찍 깔았다고 해서 경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들이 LG유플러스를 따라잡고 난 다음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LG유플러스가 쓸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10월이든 9월이든 전용 스마트폰이 나오는 대로 'LTE망을 통한 음성통화(VoLTE)'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어떤 전략을 펼칠지 힌트를 제시했다. VoLTE는 음성통신망 따로, 데이터통신망 따로 쓰던 이전까지와 달리 LTE 통신망 하나만으로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음성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대용량의 동영상 파일을 전송하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VoLTE 서비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은 "VoLTE 시대가 오면 내년, 내후년에는 비디오(동영상 시청)가 강조되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며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여러 가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가 어떤 맛집을 좋아하는지, 어떤 정보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서 파악해 제공해주는 '개인화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동차ㆍ집과 사무실ㆍ장난감 같은 다양한 물품을 공유하는 '소셜 셰어링(social sharing)'도 언급했다. "트렌드가 이런 쪽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가 앞서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와글' 같은 서비스에 접목시킬 것"이라는 게 이 부회장의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2010년부터 SNS인 '와글', 위치기반서비스(LBS) '딩동' 등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는 단순히 통신망만으로 수익을 내는 고전적인 이동통신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탈통신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계속 인터넷기업ㆍ제조사들과의 전쟁에서 졌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이길 수 있다, 이동통신사가 주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유플러스 HDTV, 나는PD 비디오톡 등의 LTE 전용 서비스가 출시돼 있기는 하지만 5월, 7월 이런 식으로 2개월마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다만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은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못박았다. 대신 이제까지 그랬듯이 외부 서비스와의 제휴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페이스북ㆍ유튜브ㆍ한글과컴퓨터 등과 활발하게 제휴를 맺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이 부회장은 "지금 눈여겨보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만 밝혔다.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요금제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VoLTE가 오면 좀 더 가치지향적인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 입맛대로 골라 쓰게 하는, "가치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가치선택형 요금제를 구상하고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포니와 에쿠스는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휘발유도 가격 따라 골라 쓰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VoLTE는 음성과 데이터를 하나의 통신망만으로 제공하는 기술적 특성 탓에 음성 요금과 데이터 요금이 각각 따로 매겨지는 현재의 요금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VoLTE 서비스를 계기로 이동통신사들이 새로운 요금체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가 경쟁업체보다 한발 빠르게 혁신적인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통신업계의 주된 현안인 통신비 인하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처럼 지하철에서, 공항에서 휴대폰이 안 터지는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통화료가 몇 배다. 미국에 출장을 가면 e메일 받아보는 데 1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느리다 보니 쓸 엄두가 안 난다"며 "또 휴대폰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에 비해서는 아주 저렴한 요금"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통신비 인하 여론에 밀려 기본료를 1,000원씩 낮추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동통신사들에 손해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별다른 인하 효과를 체감시켜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가입자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로 경쟁력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李부회장 '비움의 리더십' "비우다 보니 새로운 게 자꾸 채워졌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많이 비우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비움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비움의 리더십은 필연적인 전략이었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제안 받았을 때 LG유플러스는 비울 수 있는 최적의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비워야 할 대상은 오래된 관행, 오래된 영업패턴, 오래된 통신망이었다. 이미 KTF 사장, KT 사장에 이어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역임한 이 부회장이었지만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십수년 동안 3위 사업자로 머물러왔다'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도 1ㆍ2위 사업자와 달리 과감하게 비우고 새로 채워넣을 수 있는 LG유플러스에 오히려 끌렸다. '소통과 이해의 리더십'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 같은 안팎의 평가를 제치고 스스로 비움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기존의 관행들을 바꾸고 '3등 의식'을 '1등 의식'으로 바꿔야 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하려면 많이 비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임직원들이 이 부회장을 믿고 따라온 덕분에 지금처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LTE 1등'을 위해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단기간에 LTE를 구축하기 위해 밤늦게 강원도의 눈밭을 손전등으로 헤치고 가다 간첩으로 오인 받은 직원들, 생전 처음 지게에 각종 장비를 지고 산길을 올라야 했던 직원들의 에피소드에 이 부회장 자신도 감동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LTE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기존 통신망까지 보완하느라 더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기회에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총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여타 최고경영자(CEO)들 이상으로 꼼꼼히 임직원들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는 수년째 임직원 자녀들을 위한 입학ㆍ졸업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선물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꿈을 갖고 바르게 자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도 보낸다. 자녀를 출산한 임직원들은 미역과 유아용품을 받는다. 자녀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이나 가족초청 행사도 운영해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가 LG유플러스를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하기도 했다. ◇약력 ▦1948년 서울 ▦197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3년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공학석사 ▦1976년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1982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91년 KT 통신망연구소 소장, 사업개발단 단장 ▦1996년 KTF 대표이사 사장 ▦2001년 KT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 ▦2003년 고려대 석좌교수 ▦2005년 광운대 총장 ▦2010~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산업융합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