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원리ㆍ원칙도 없는 인사라 해야 하지 않을까. 카자흐스탄ㆍ일본ㆍ중국 등 진출한 곳마다 논란을 낳고 있는 국민은행의 인사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법인장ㆍ부법인장의 조기ㆍ동시교체로 구설수에 오른 국민은행이 국내 본점에서 글로벌전략을 전담하는 부서장 역시 매우 빈번하게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잦은 교체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가 파생시킨 또 다른 병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면 단기 실적주의 및 원칙을 벗어나는 인사정책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 2011년 이후 3년간 본점에서 글로벌전략을 전담하는 글로벌사업부 부서장 자리에 임명한 직원은 5명에 달한다. 이 중 1명만 임기 1년을 채웠을 뿐 나머지는 6개월 만에 교체됐다.
이러한 결과는 은행권 관행에 크게 벗어난다. 대다수 은행은 글로벌사업과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한해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최소 2년 정도의 임기는 보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사업이란 보직은 어느 자리보다 전문성이 필요해서 주니어 때부터 관련업무를 담당해온 인력을 배치한다"며 "특히 해외진출 국가와의 공조를 위해서라도 최소 2년 이상은 자리를 유지하게 한다"고 말했다.
당장 국민은행만 해도 2011년 이전까지 글로벌사업부(당시 해외사업기획부)를 이끌던 부서장은 2007년 1월에 임명돼 3년 넘게 재임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은 어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극심해졌다는 점이다. 어 전 회장이 K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한 시점은 지난 2010년 7월으로 부서장의 잦은 교체가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 어 전 회장은 재임 당시 국민은행 경영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은행의 상식을 벗어난 인사는 단기실적주의 및 무원칙 인사정책이 낳은 병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4대 은행 중 글로벌경쟁력이 가장 뒤처지는 곳으로 평가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글로벌사업 오류 역시 철학 없는 인사정책의 결과물인 것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라이선스 산업인 은행업은 현지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고 그에 앞서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은행의 베이징인사파동은 그런 면에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