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반환점 돈 2분기 어닝시즌… 실적 부진한 종목 주가 민감도 커졌다

어닝쇼크 상위 10개 종목, 1분기보다 하락폭 더 커

가격제한폭 확대도 영향


2·4분기 실적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부진한 기업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 분기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예상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져 조정국면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이 개별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6월에 단행된 가격제한폭 확대도 이 같은 현상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 예상치를 내놓는 유가증권 상장사 168개의 1·4분기와 2·4분기 실적 시즌 이후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2·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위 10개 종목의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평균 6.01% 하락해 전 분기에 비해 하락폭이 2%포인트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발표 당일 10% 넘게 급락한 종목도 1·4분기에는 단 한 곳도 없었지만 2·4분기에는 2종목(한미약품(128940)·OCI(010060))이 발생했다.

종목별로는 시장 예상치와 실제치의 괴리율이 매우 컸던 한미약품이 실적 발표 당일 18.35% 떨어지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OCI(-17.6%)와 삼성SDI(006400)(-9.3%), 대우조선해양(042660)(-5.96%), 삼성중공업(010140)(-4.58%) 등도 하락폭이 컸다. 1·4분기 때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종목 대다수의 주가 하락률이 5%대 미만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1·4분기 때는 다수의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시즌 전반의 분위기가 좋아 일부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도 덜 빠졌다"면서 "이번 실적시즌은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에 증시까지 나빠지면서 실적으로 인한 주가 민감도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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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금까지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실적 실제치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곳보다 어닝쇼크를 낸 곳이 더 많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90곳의 2·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15.2% 밑돌았다. 2·4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조선·IT가전·기계 등의 주도로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국내 기업실적마저 증시에 모멘텀을 주지 못하자 수급 공백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가 미끄럼틀을 타면서 저가에 매물을 쓸어갈 주체가 나타나지 않아 어닝쇼크 기업의 경우 하락세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영 연구원도 "일부 종목의 경우 외국인이 사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의 손절매가 나오자 주가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2·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이후 3거래일간 평균 7.67% 떨어졌다. 이는 1·4분기(-6.46%)보다 큰 하락폭이다.

또 실적쇼크는 개별 종목을 넘어 업종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녹십자와 LG생명과학은 2·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시장 예상치를 724.2%, 34.2%를 웃돌았지만 한미약품의 실적쇼크 영향으로 실적 발표 후 3거래일 동안 오히려 LG생명과학은 9.03%, 녹십자는 5.56% 하락했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이 2·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실적 발표 후 3일 동안 각각 14.29%씩 떨어졌다. 같은 업종의 OCI는 시장 예상치를 85.45%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21.28% 하락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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