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엔캐리 쓰나미'에 환율 열흘새 18원 폭등

서브프라임 사태 다시 불거지며 청산작업 가속화<br>안전자산 선호→증시급락→환율상승 '8월과 유사' <br>930원선까지 오르겠지만 충격 오래가진 않을 듯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800원선까지 밀렸던 원ㆍ달러 환율이 불과 10일 만에 달러당 920원 근처로 급반등했고 원ㆍ엔 환율 역시 100엔당 780원대에서 830원대로 치솟았다. 글로벌시장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파동이 국내 증시와 더불어 외환시장까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난 8월의 글로벌 신용경색 국면과 흡사하다며 당분간 엔캐리 영향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달러 약세 기조 속에 시장 하방경직성도 강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충격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시장, 8월과 닮은꼴=환율이 춤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때 800원대에 진입하며 10년 만에 최저치(900원70전)를 기록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10거래일 만에 달러당 918원대로 올라섰다. 특히 엔캐리 청산 소식이 전해진 12~13일 연속 4원, 7원씩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원ㆍ엔 환율 역시 지난달 말 100엔당 785원대에서 830원대로 치솟았다. 이 같은 급등락 장세는 ‘엔캐리 자금 축소→안전자산 선호→글로벌증시 급락→외국인 순매도 증가→환율 상승’이라는 8월의 글로벌 신용경색 국면과 닮은꼴이다. 당시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세계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자금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서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고 최근 진정됐던 서브프라임 악몽이 재연되면서 엔캐리 청산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엔캐리 영향력 어디까지 퍼질까=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외환시장이 엔캐리 청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최근 서브프라임 파문이 확대됨에 따라 고수익의 신흥시장 주식ㆍ채권에 투자했던 엔캐리 자금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외국인이 이전과 달리 신흥시장 통화를 포기하고 달러를 매수하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헤지펀드 및 투자은행 등의 엔캐리 청산과 맞물린 포트폴리오 변경 과정에서 1차적으로 신흥시장의 주식 매도가 일어날 수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2일(2,750억원), 13일(8,650억원) 연속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환율 급등을 견인했다. 일본 개인투자자의 움직임도 큰 변수로 꼽힌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단기로 움직이는 투자기관 동향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형태 자금이 이탈한다면 국내 외환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920원 중반에서 930원까지 상승 가능=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가 하락 추세지만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계속되고 서브프라임 문제도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올해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913원선을 가볍게 돌파한 만큼 930원선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엔캐리 청산이 진행되고 있어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단기 레벨 구간인 918원대를 넘어섰기 때문에 다음 지지대는 920원 중반대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이렇게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지 않았는데 예상을 빗나갔다”며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 시각을 버리고 새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엔캐리 청산 작업이 지속적으로 강력한 충격파로 전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엔캐리 청산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일본 당국에서 엔화 가치의 급속한 절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기에 영향을 주겠지만 강력한 상처를 입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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