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3일] 대량 환매의 책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 빠져나간 돈만 2조2,344억원에 이른다. 3월 한달 동안 순유출된 금액(1조8,556억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코스피지수 1,700포인트선 이후에 물려 있는 돈도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환매가 이어지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섣부른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물론 1차원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는 원금 회복 및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년여 동안 속을 썩였던 펀드가 이제서야 원금을 회복했다. 하지만 주가는 전문가들이 연초에 예상했던 고점에 근접했다. 추가 상승 여력이 아주 많지 않다고 보는 상황이라 또다시 주가가 떨어져 속을 태우느니 환매에 나서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사 및 은행권은 2007년까지 '대세 상승'을 외치며 무차별적인 펀드 판매 경쟁을 벌였다. '펀드 대중화 시대'를 강조했을 뿐 어느 누구 하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다. 그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처럼 유사한 펀드들을 이름만 바꿔 판매하는데 열을 올렸다. 마치 뻥튀기를 만들 듯 판박이 펀드들을 양산해놓고 이제 와 대규모 환매가 일어나자 "자제해 달라"고 투자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최근의 펀드 환매를 막고자 자산운용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환매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사항 등을 정책 당국에 건의하는 게 이들의 주요 임무다. 이들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인 만큼 펀드 판매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전에 업계 스스로 이런 사태를 자초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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