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책을 통해 지목하는 괴물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다. 사회철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같은 인식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16세기 영국의 정치 철학자 홉스가 가장 먼저 괴물을 불러냈다. 그는 국가를 성서에 나오는 무적의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교하며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엄격한 계약 관계에 대해 논했다. 19세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괴물로 간주했다. 그는 괴물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를 소멸시키는 거대한 혁명을 꿈꿨다.
저자는 이 논의들을 좀 더 확장해 괴물은 우리 사회 그 자체라고 말한다. 물리쳐야 할 바깥의 적이 아니라 우리가 빌붙어 사는 주인이자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공생 관계. 그렇기에 우리는 괴물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한 방법이 될 필요는 있을 테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 마이클 샌델, 미셸 푸코, 하버마스, 니클라스 루만 등 현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가장 이상적인 사회·개인의 관계를 따져본다. 저자의 주장은 루만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사회적 역할과 유일무이한 자기 자신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 개인은 사회와 동일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의 일부도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비춰보는 반성적 삶을 통해 사회와 함께 살며 괴물도, 짐승도 아닌 사람으로 사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