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위치한 다양한 기술 연구소들이 기업유치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여러 가지 혜택을 미끼로 힘들게 기업유치 활동을 펼쳐도 갈까 말까 망설이던 기업들이 최신 설비를 갖춘 연구시설이 있는 곳으로는 제 발로 찾아가고 있다.
손쉽게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다양한 테스트를 최첨단 설비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도 각종 연구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이던 전북 정읍시는 최근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별다른 기업유치 활동을 펼친 것도 아닌데 기업들이 잇따라 이전을 문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읍의 위상을 바꾼 것은 지난해 9월과 11월 문을 연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설 정읍방사선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의 1단계 연구동, 올 연말 준공 예정인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정성평가연구소 등 세 개의 국립연구소 유치가 그 배경이 됐다.
이들 연구소의 유망기술을 이전받아 응용제품을 만들려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정읍시는 이들 기업을 입주시킬 30만평 규모의 첨단산업단지를 오는 2009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광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광주시에는 한국광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연구센터, 고등광기술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 등 광산업에 필수적인 연구시설이 광주첨단산업단지 내에 집적화됐다.
이들 연구소는 고가의 최첨단 장비를 구축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들에 장비를 대여해줄 뿐만 아니라 창업 초기의 기업들이 시험생산을 할 수 있도록 시험생산센터 등을 운영해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광산업이 본격 시작되던 지난 2000년 47개에 불과하던 광산업 관련 기업들이 지금은 273개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특히 각종 연구소들의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외지에서 이전해온 기업만도 67개에 이를 정도다.
이 같은 기업 유치의 기대감으로 인해 지자체들도 연구소 유치나 설립에 힘을 쏟고 있다.
전남도는 도의 전략산업인 생물ㆍ신소재ㆍ제철ㆍ화학ㆍ조선산업 등에 활용도가 높은 연구소 유치에 열심이다.
실제 지난달 초 러시아 기술진과 함께 전남 순천대에 100만분의1을 뜻하는 마이크로(㎛) 단위로 분쇄한 미분체에 활성화를 주어 입자에 기능성을 부여하는 기술인 ‘메카노케미스티리(Mechanochemistry)’를 본격 연구할 연구소를 유치했다.
도는 “이 기술을 전남의 전략산업인 생물·신소재·제철·화학·조선산업 등과 연계해 기능성 식품, 부품소재, 절약형 에너지 소재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연구 결과물이 사업화될 경우 30여개 연관 기업 유치와 연간 3,000억원의 매출, 5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광기술원 정승문씨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첨단 시설과 기술이전 등의 다양한 혜택을 원스톱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소가 있는 곳으로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영향으로 기술클러스터 육성이나 유치에 지자체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