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소득 부진으로 내수 먹구름… 활로 찾아야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7.1% 오른 5,580원으로 정해졌다. 진통 끝에 내려진 어려운 결정이었다. 26일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사용자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들과 근로자 위원들만 남아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번 인상률 7.1%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소득분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결정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영세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임금상승률 둔화는 경제성장의 동력상실을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1·4분기 물가 오름폭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1.8%로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2.9%로 2011년 4·4분기(1.5%) 이후 가장 낮았다. 임금상승률 정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되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집계 결과 2008년 - 0.2%로 떨어진 실질임금 증가율은 이후 -2%∼3% 수준을 맴돌고 있다. 경제 전반에 '가계소득 부진→소비 감소→기업생산 위축→경제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구조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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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주머니가 얇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의 금고는 사내유보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 471조원으로 전년 대비 41조원이나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커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도 극히 인색해져 올 들어 삼성을 제외한 30대그룹의 투자액은 4%나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상근부회장까지 나서 쓴소리를 했을까. "우리 기업들은 성장공포증·피터팬증후군에 빠져 있다. 투자 소식보다는 매각 소식이, 채용 소식보다는 구조조정 소식이 더 자주 들린다"는 그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7% 줄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공포를 떨쳐내고 기업가로서의 본능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내수(內需) 침체의 원인인 가계소득 부진을 타개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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