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임금상승률 둔화는 경제성장의 동력상실을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1·4분기 물가 오름폭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1.8%로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2.9%로 2011년 4·4분기(1.5%) 이후 가장 낮았다. 임금상승률 정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되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집계 결과 2008년 - 0.2%로 떨어진 실질임금 증가율은 이후 -2%∼3% 수준을 맴돌고 있다. 경제 전반에 '가계소득 부진→소비 감소→기업생산 위축→경제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구조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계의 주머니가 얇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의 금고는 사내유보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 471조원으로 전년 대비 41조원이나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커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도 극히 인색해져 올 들어 삼성을 제외한 30대그룹의 투자액은 4%나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상근부회장까지 나서 쓴소리를 했을까. "우리 기업들은 성장공포증·피터팬증후군에 빠져 있다. 투자 소식보다는 매각 소식이, 채용 소식보다는 구조조정 소식이 더 자주 들린다"는 그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7% 줄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공포를 떨쳐내고 기업가로서의 본능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내수(內需) 침체의 원인인 가계소득 부진을 타개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