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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부자의 승부법

부자의 승부법



이세돌은 흑39, 41로 활로를 확보했다. 창하오가 백42로 따내는 것을 확인하고서 비로소 흑43으로 움직였다. 백44의 마늘모는 미리 읽어둔 응수. 흑45와 47 역시 미리 읽어둔 수순이다. 이세돌은 이쯤에서 셔터를 내릴 심산이다. 창하오는 역습할 기회를 얻었다. 백56, 58의 콤비네이션이 멋지다. 잘만 하면 흑돌 15점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강지성8단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는 백56이 놓였을때 참고도1을 소개했다. 상변의 백이 갇힌 것 같지만 살아 있다. 그렇다면 거대한 흑대마가 잡혀서 일대 역전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하, 바꿔치기가 있군요.”(강지성) 강지성이 참고도2를 새로 만들어 소개했다. 백이 좌상귀 방면의 백돌 7점을 내주고 중원의 흑돌 13점을 잡는다면 계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변화가 일어나도 흑승은 변함이 없어요.”(윤현석) 윤현석9단은 아까부터 싱글싱글 웃고 있다. 창하오가 아무리 용을 써봤자 부처님 손바닥 속의 손오공이라는 설명이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흑이 큰 손해를 보는 바꿔치기가 맞아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부자의 셔터내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윤현석) 윤현석9단의 해설은 언제나 명쾌하다. 3만명의 군사를 가진 나라가 3천명의 군사를 가진 나라와 싸울 때에는 군사의 희생을 겁낼 필요가 없다. 5천명쯤 희생을 시켜서 적군 3천명을 전멸시키면 그 전쟁은 끝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부자의 승부법이랍니다.”(윤현석)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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