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안드로이드 법칙

지난 1965년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마이크로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며 PC가 이를 주도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다. 인텔의 반도체는 이러한 법칙에 따라 용량을 향상시키면서 반도체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로부터 37년 후인 2002년 당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했던 황창규 사장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하는 시간이 1년이면 충분하고, 이를 주도하는 것은 PC가 아닌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 등 비(非)PC의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를 '황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1999년에 256M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고 이후 매년 반도체 용량을 2배씩 늘려오면서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 됐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3개월 올 들어 스마트폰과 관련된 새로운 법칙이 등장했다. 미국 CNN이 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의 주기가 2~3개월에 불과'하다는 이른바 '안드로이드 법칙'이다. 이러한 명칭이 붙은 것은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의 주역이 바로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구글의 개방정책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인 OS를 개발하지 않아도 되면서 제품 출시가 쉬워졌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은 출시 주기는 놀랍도록 빨라지고 있다. 2009년 11월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최신제품이었던 모토로라의 '드로이드'는 2개월 뒤인 2010년 1월 처리속도가 훨씬 빠른 '넥서스원'이 등장으로 구식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3개월 뒤인 4월에 대만 HTC의 '디자이어'가 시장을 강타하고 6월에는 같은 회사의 '에보 4G'가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같은 달 출시되고 '넥서스S'까지 등장하는 등 제품 사이클이 숨돌릴 틈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폰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다. 국내 출시된 지 1년 만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을 필두로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 등이 500만대 이상 팔려나갔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0%를 넘어섰다. 마침 1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에 참가한 글로벌 업체들은 더 강력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다. 두께는 얇아지고 무게는 줄어들고 화면은 커졌다. 여기에 두 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가진 듀얼코드까지 장착해 속도는 더 빨라졌다. 물론 우리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갤럭시S2'와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3D'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진화는 신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에게는 즐거운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구입한 지 이제 6개월밖에 안 되고 아직 약정기간이 1년6개월이나 남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또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리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계속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갤럭시S 법칙 나오길 기대 글로벌 휴대폰 왕국이었던 노키아를 보자. 잠시 한 눈을 사이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시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최근 자체 스마트폰 OS인 심비안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OS인 '윈도폰7'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계속 물을 먹어온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합작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OS의 갤럭시S를 앞세워 애플의 대항마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안드로이드 법칙에 이어 스마트폰 신화를 이어가는 '갤럭시S의 법칙'의 탄생을 기대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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