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주목할 대목은 지하경제 규모 자체가 아니라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하경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요인은 두 가지다. 2000년대 이후 조세부담이 미국과 영국ㆍ일본보다 빠르게 늘어나 세금을 피하려는 심리가 확산된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부터 한국사회의 부패가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책은 다행스런 일이다. 증세 없는 복지재원 확충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하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세청이 조사 전문인력 400명을 재배치하고 나섰다.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뿌리 격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조차 '부자에게는 시간을 절약해주고 빈자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하경제의 순기능'을 극찬한 적이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는 서민경제에 미칠 부작용 최소화라는 원칙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지하경제에 대한 철학도 중요하다. 정부와 과세당국의 의지는 강해보이지만 그 철학만큼은 의심스럽다. 정부를 구성할 국무위원 내정자 중 지하경제와 관련이 없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하경제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단순한 상행위조차 지하경제에 속한다. 장관 내정자들의 편법증여와 증여세ㆍ양도세 탈루 또는 납부 기피ㆍ지연은 모두 의도적인 세금포탈, 즉 지하경제에 속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꾀하려면 윗물부터 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