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잡지 못한 사연

제5보 (49~62)



결과부터 말하자면 위험해 보이던 상변의 흑은 무사히 살게 된다. 그것도 무려 10집이나 내면서 살아 버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백이 마음만 먹었으면 흑 7점을 모조리 잡을 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박문요는 왜 잡아먹을 수 있는 흑돌 7점을 그냥 살려준 것일까. 그 비밀을 풀어 보자. 백48로 건너붙인 이 수는 필살의 의지를 품고 있다. 박문요는 이 수를 두면서 흑 7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판단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흑49로 코붙임을 하는 묘책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백50으로 끊지 않을 수는 없다. 참고도1의 백1로 물러서는 것은 흑2, 4로 되어 백 4점이 잡히므로 말이 안된다. 백홍석7단은 타이젬에 참고도2의 백1 이하 15(13은 이음)를 진작에 올려놓고 있었다. "백은 흑 7점을 후수로 잡게 되는데요. 이것은 흑의 외곽이 너무도 완벽해서 흑의 대만족입니다."(백홍석) 흑의 사석 작전에 백이 말려든 결과라는 얘기였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박문요는 궤도를 수정했다. 상변의 흑을 살려주고 외세를 차지하기로 한 것이었다. "박문요가 공연히 칼을 빼들었다가 손등만 다치고 말았구먼. 백이 망했다고 봐야겠지?"(필자) "꼭 그렇지는 않아요. 백도 무난히 수습이 될 관상이니까요."(윤현석) 꼭 그렇지는 않다는 이 말. 윤현석 사범의 해설에 자주 등장한다. 망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성공한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바둑은 참으로 오묘하고 불가사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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