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법 통상임금 판결 쇼크 완충장치 마련해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뺀 노사합의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했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노사합의라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감안해 이날 판결 이후 기존 합의의 무효를 주장할 경우 추가 임금지급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임금부담을 추가로 떠안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미 소송을 당한 160여개 기업은 '통상임금 폭탄'을 피할 수 없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대법원 판결은 일률성·정기성을 중심으로 한 통상임금 판정기준과 노사합의 관행 등을 동시에 감안한 합리적 판결로 평가할 만하다. 신의칙이 존중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추가 지급할 과거 3년치 수당 차액은 중소기업 14조원 등 38조원을 넘는다는 게 경총의 추산이다. 총급여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추가근로(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해고수당 등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새해 투자와 고용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한국 공장의 생산을 줄이고 중국 등 해외투자로 발길을 옮기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관련기사



다만 이번 판결로 내년부터 매년 9조원 안팎의 임금을 추가 부담할 가능성이 생긴 것은 기업에 무척 부담스럽다. 기형적 임금체계와 노사 간 임금협상 관행 개선도 발등의 불이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다.

방법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특히 대법원이 '통상임금 대수술'에 나설 때까지 사태를 방치한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령을 고쳐 통상임금 범위를 명시하고 기업의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완충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단계적 시행방안과 추가근로수당 할증률을 일본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