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GM의 '600원 교훈' 결코 남의 일 아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10년 전에 고작 57센트(600원)짜리 부품결함을 쉬쉬하다가 수조원 규모의 리콜을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됐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한 가운데 열린 미 의회 청문회는 2일 적은 비용으로 간단히 수리할 수 있었던 부품결함을 장기간 은폐해 13명의 목숨을 잃게 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이번 사태는 쉐보레 등 소형 모델의 점화 스위치에서 시작됐다. 고속주행 차량이 장애물과 충돌하는 순간 시동이 꺼지면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16세 소녀가 운전 중 사망(2005년)한 것을 비롯해 같은 패턴의 피해가 여러 번 반복됐다. GM은 2001년에 이미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고 당시 수리비용도 57센트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방치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배라 CEO는 "모른다"고 답했다. GM 조직 깊숙이 나쁜 뉴스를 윗선에 보고하기를 꺼리는 관료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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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사태에는 이 같은 도덕적 해이와 함께 비용절감 지상주의도 자리 잡고 있었다. 어지간한 품질이면 가급적 싼 제품을 선호했던 GM의 글로벌소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총 23억달러를 물어야 했던 도요타자동차의 전례가 있었음에도 어떻게 이토록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의아하다.

GM사태는 국내 기업에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13개 차종, 187만대의 차량을 리콜한 것 역시 일종의 경고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GM과의 차이라면 리콜을 숨기지 않고 공개 처리한 점이다. 이번 GM의 리콜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도 자만은 금물이다. GM을 반면교사 삼아 지난 10년간의 품질경영을 재점검하는 한편 어려울 때일수록 투명한 경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자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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