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의 착각

제5보(81~100)


백82를 보고 서봉수가 탄식했다. “구리가 아직은 덜 여물었어. 이 무슨 멍청한 수란 말인가!” 뒤늦게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장주주9단이 맞장구를 쳤다. “상대를 의식하고 있어. 유창혁이 세계선수권을 6회나 차지한 강자라서 겁을 낸 거겠지.” 중국 랭킹 1위에 오른 지 1년이 넘었지만 구리는 세계선수권을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한 상태이다. 우승은 고사하고 준우승의 기록도 아직은 없는 상태. 백82는 말도 안되는 완착이었다. 당연히 참고도1의 백1로 공격할 자리. 흑은 2에 두는 정도인데 3에서 9로 좌변을 크게 확보했으면 백승이 확정적이었다. 구리는 82로 두어도 나쁘지 않았다고 보고 있었다. 흑이 도망쳐도 계속 쫓아가며 위협하다 보면 아직은 미생인 우변쪽 흑대마가 위험하게 될 터이니 어차피 백이 이기는 바둑이라고 믿었다는 것. 구리는 86으로 들여다보면서 이것으로 흑이 걸려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흑87. 얼핏 보기에는 18급 초심자의 행마 같은 이 수가 천하의 묘수였다. 백88의 후퇴는 절대. 88로 93의 자리에 끊고 싶지만 흑이 89에 두면 끊은 백 2점이 도리어 잡히게 된다. 그 2점을 억지로 살리면 좌하귀의 백 전체가 회돌이를 당하여 잡히는 것이다. 참고도2의 흑1로 그냥 받으면 백2로 좌변 흑이 떨어진다. 이 수순을 절대라고 여겼던 구리. 큰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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