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 주 실시할 예정이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실험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달 중순 양국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도 연기됐다. 한반도의 긴장을 야기한 미국을 비롯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강대강’대립이 심해지는 걸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미 당국이 수위조절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북한의 반응과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주목된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과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반도 안보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에 빠져있는 국면이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 MSNBC와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국은 과민 반응하지 않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차분히 방어할 능력이 있다”며 “미국은 긴장을 축소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스 대사는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 동맹국이 가진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평화적으로 북핵 위협에 대처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척 헤이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미니트맨3 발사 실험을 다음달로 연기할 것임을 밝혔다고 APㆍ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4일 미 국무부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면 우리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기류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이글 장관은 미사일 실험이 북한으로 하여금 상황을 오판해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를 연기하기로 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한미는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이달 예정됐던 한미 MCM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MCM에서 논의될 사안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긴말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한미 군 당국이 북 압박에 대한 수위조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도 북한의 도발에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개성공단과 북한주재 외교 공관 등에 오는 10일까지 철수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그 시기를 전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라며 “현재 전면전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혹시 국지전이 발발한다면 북한의 그 몇 배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