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유소 판매가 찔끔 인하 '분통'

정유사, 석유 공급가 리터당 최대 140원 내렸다는데…<br>"공급가격 인하분 마진으로 흡수 때문" 분석<br>지난주 평균가격 전주 비해 불과 12원 내려

‘기름 값 내린 거 맞아?’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김모(35)씨는 최근 휘발유 가격 때문에 잔뜩 기분이 상했다.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사들이 지난주부터 석유 공급가격을 리터당 최대 140원 안팎씩 내렸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경으로 주유소를 찾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심한 배신감만 느꼈다. “(원유 가격이 폭등했던) 2주 전과 비슷한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름을 안 넣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뚝뚝 떨어지는데 일선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국석유공사 및 정유업계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지난주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리터당 1,700원대 후반에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고점이었던 1,900원대 초반에 비해 100원 이상 내린 것. GS칼텍스도 지난 21일 휘발유는 리터당 1,802원, 경유는 1,793원에 공급하기 시작한 데 이어 23일에는 추가로 리터당 50원가량 또 낮췄다. 전고점인 10일과 비교하면 140원 정도 내린 가격이다. 하지만 같은 날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고점보다 50원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석유공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7월 넷째주 전국 평균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1,937원, 경유가 1,932원으로 전주에 비해 불과 12원씩 내리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분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석유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인하분 중 상당 부분을 일선 주유소들이 마진으로 흡수했다고 보고 있다. 또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그동안 비싸게 사둔 재고를 처분하기 전까지 가격인하를 지연시키는 것도 판매가격이 내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일선 주유소에 가격인하 협조공문도 보냈지만 어디까지나 가격은 주유소가 스스로 정하는 부분이라 더 이상 나설 수가 없다”며 “소비자들은 주유소 가격만을 보기 때문에 정유사 공급가 인하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적 경쟁상황에 따라 알아서 결정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정유사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추가로 내려도 인하분 중 일부는 일선 주유소의 마진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쟁이 치열한 주유소들은 고유가 시대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분 중 일부는 주유소가 마진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유사 공급가격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이번 공급가 인하에 대응해 즉시 판매가를 조정하기가 어려웠다”며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업주들이 많아 오는 8월 이후부터는 판매가격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분간 비싼 휘발유를 살 수밖에 없어도 그러려니 하고 감내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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