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12월 17일] 기관 눈치만 보는 애널리스트

코스피지수 2,000 시대에 발 맞춰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는 1,552명으로 지난 2009년 초(1월2일 기준, 1,349명)보다 200명 가량 늘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과는 달리 질적인 측면에서 증권사 리서치 기능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에 매매주문을 내는 기관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자기검열(?)을 충실히 한 나머지 보고서상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데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투자의견을 명시해 나온 증권사 보고서(2만1,798건) 가운데 투자의견이 올라가거나 내려진 것은 598건에 불과했다. 목표주가를 조정한 보고서도 단 4,783건에 그쳤다. 특히 투자의견 하향의 경우는 261건으로 100개 보고서 중 한 건 만이 실적악화 및 성장성 부제 등을 사유로 투자자들에게 투자 주의를 권유했다. 목표주가를 한 단계 내린 보고서도 1,397건에 그쳤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증권사에 소속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고서상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조정하면서 기관의 심기를 건드려 봤자 득 될게 없다는 것이다.“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가 기관 매도시기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애널리스트가 특정기업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한 단계 내려 기관으로부터 문책성 항의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갑의 입장인 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일각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독립시켜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금, 기관 눈치를 보며 자기검열에 나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자세는 국내 증시의 발전이 아닌 퇴보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제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앞으로 국내 증시 3,000 시대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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