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올 문화시장 5대 키워드] 양극화, 팍팍해진 삶… '웃픈 잉여' 주요 이슈로

'중산층 드라마' 사라지고 사회불안 다룬 영화 줄이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 중 하나인 '문화 융성'은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리고, 문화로 소통하며, 문화를 매개로 차이를 줄이는 사회 통합의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문화계는 진전된 변화상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의 뜨거운 인기를 통해 20대 젊은이와 70대 할아버지가 세대 차이를 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웠다. 1990년대 문화 코드와 로맨스를 버무린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당시 유행했던 가요나 영화가 다시금 조명을 받으며 40대의 감수성에 젊은 세대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면서 흥행의 키워드로 등극하기도 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등 양극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줬다.

양극화라는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올해 문화계에서는 더 자극적으로 해석됐다. 양극화가 극에 달하면서 문화계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44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5.9%나 증가한 수치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점점 부유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올해 문화계에서 가장 유행한 말 중에 하나는 '잉여'였다. 이미 '88만원세대'는 옛말이 됐다. 사전적으로 잉여는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를 뜻한다. 자본주의 경제학적으로는 '팔리지 않고 남아도는 상품'인 '잉여상품' 같은 용어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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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는 문화계에서 지난 9월 최태섭의 '잉여사회'라는 이름의 책이 나온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영화에서도 '잉투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등이 잇따라 나왔다. 내용 자체는 그동안 나온 '백수'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잉여'라는 사회의 밑바닥층이 어느새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잉여가 유행하는 등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는 현상이다. 영화의 경우 빙하기가 도래한 이후 계급별로 나뉜 열차의 운명을 그린 '설국열차' , 주택에 대한 빈부격차를 다룬 '숨바꼭질' 등이 양극화를 표현했다. 좀비영화인 '월드워Z' '웜바디스' 등도 사회불안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과 뮤지컬에 이어 올해 영화로도 개봉한 '레미제라블'의 성공도 이런 분위기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TV에서도 양극화는 심화됐다. 평범하고 단란한 중산층을 요즘 TV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상류층 아니면 하류층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평범한 중산층이 맡던 캐릭터들을 이제는 실직한 가장,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 무직 상태인 자녀 등 하류층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시청자들은 드라마 '상속자들' 의 재벌과 신데렐라 모습에서 환상을 꿈꾸고 이른바 '힐링'프로그램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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