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사리손들 "우리도 펀드 투자자"

푼돈이 목돈으로…"돈의 소중함도 배워요"



가정주부 채나연(39)씨는 9살짜리 아들 성주의 적금통장 500만원을 깨서 성주 명의로 어린이펀드에 가입했다. 성주가 태어난 후 친지들로부터 받은 용돈을 그때그때마다 적금통장에 넣어왔지만, 이제는 아들에게도 경제교육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주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 보면 아이들을 위해 펀드에 가입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채씨도 친하게 지내는 학부모의 권유로 성주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게 됐다. 채씨는 성주가 부모나 친지들로부터 받는 용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매달 초 성주의 손을 잡고 은행을 찾아가 어린이펀드에 돈을 넣는다. 전반적인 펀드 열풍 속에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면 유가증권 시장 등 경제 교육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편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린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린이 금융교실 운영, 외국 유명대학 및 금융기관 방문 기회 제공, 상품권 증정 등의 다양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또 생활경제수기를 공모하거나 경제도서 독후감대회를 열어 아이들이 보다 쉽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업을 직접 방문해 어떤 회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현재 미성년자 명의로 개설된 펀드 계좌수는 100만좌를 웃돌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의 PB센터 상담창구에는 어린이펀드를 통한 증여방법에 관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그 만큼 어린이펀드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펀드는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아니라 현실경제의 투자ㆍ금융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장기 투자할 경우 높은 수익률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저축도 하고 경제교육도 받을수있어 일석이조
적립식 선호속 거치식은 증여세 부담 적어
금융기관, 유학설명회등 부가 서비스 제공도
펀드 대중화 현상에 힘입어 어린이들이 가진 푼돈도 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주식형펀드에 몰린 자금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에는 4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인 은행 예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대표적인 간접투자상품인 펀드가 재테크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돈도 예외는 아니다.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교육도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이나 증권회사 영업점에는 엄마 손을 잡은 채 금융회사를 찾아 펀드에 가입하는 어린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제 돼지 저금통이나 예금 대신 어린이펀드가 아이들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살아있는 경제 교육 가능=어린이펀드도 기존 펀드와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사가 투자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비중이 높은 주식형펀드로 운용된다. 매월 일정금액을 불입하는 적립식으로 가입할 수도 있고,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하는 거치식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을 위해서 라면 적립식 펀드가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된다. 아이들에게 “푼돈을 모아 장기간 투자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 투자의 재미를 일깨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 부모들은 거치식보다는 적립식 펀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어린이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오로지 학교공부에 매달리며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경제교육과 투자원칙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 아이의 명의로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면 금융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경제교실, 영어캠프, 진로결정 및 유학설명회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투자와 펀드 등 어려운 경제용어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된다. 책을 통해 암기하는 경제이론이 아니라 현실을 통해 금융교육 기회를 얻는 셈이다. ◇거치식은 증여세 부담 적어=어린이펀드에 가입할 때에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바로 증여세 문제다. 요모조모 잘 따져보고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지만 무턱대고 가입했다가는 예기치도 못했던 증여세를 내야 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만 19세까지는 10년 단위로 1,500만원,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돈을 예치하는 거치식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매달 돈을 불입하는 적립식으로 할 것인가 여부에 따라 증여세 납부에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불리한 만큼 적립식으로 가입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아이 이름으로 어린이펀드에 1,500만원을 거치식으로 가입하고 증여세 신고를 했을 경우 10년 후에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불어나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목돈을 넣는 경우 그 때에만 증여세 신고를 하면 투자원금은 물론 운용수익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유층의 경우 미성년자 증여한도인 1,500만원 이하 범위 내에서 일시불로 돈을 내고 증여세 신고를 마치는 게 일반적이다. ◇적립식은 증여세에 주의해야=문제는 매달 돈을 불입하는 적립식으로 가입할 때다. 대다수 어린이펀드의 경우 매월 1만원~10만원 등 소액으로 적립하는데 금액이 적다 보니 별도로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원금과세 원칙에서 벗어나 총금액(운용수익 포함)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가령 매달 20만원을 적립하는 어린이펀드에 가입해 10년 동안 펀드 평가금액이 1억원에 달했다고 하자. 이 때 증여세 신고를 한다면 1억원에서 1,500만원을 뺀 8,500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펀드가입 자금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어린이펀드 수익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뒤에 증여세 신고를 할 경우에는 세금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매월 일정금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어린이펀드의 경우 증여세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매달 입금할 때마다 3개월 이내에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을 낼 때마다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여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원금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총인출금을 기존으로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참고로 증여세율은 1,500만원 이상 1억원까지 10%, 1억원 이상 5억원까지 20%를 적용하며 자진 신고할 경우에는 세액을 10% 감면해 준다. 또 미신고 증여에 대해서는 최고 40%에 달하는 불성실신고 가산세가 부과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