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부 조율도 안 된 한·EU FTA협상단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리 협상단끼리 집안싸움을 하는 바람에 협상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의 초점은 우리 측 양허안의 개방 수준이 미진하냐 아니면 충분하냐는 것이다. 김한수 협상단 수석대표는 미진하다는 것이고 산자부 측은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EU의 3년 내 단기관세 철폐기준이 교역액 기준으로 80%인데 우리는 불과 63%에 지나지 않아 EU 측 공세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관세 상품을 빼고 개방 정도를 평가해도 농수산물 등 전체를 고려하면 단기철폐 비중이 EU는 65%인 반면 우리는 60%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편 산자부 측은 애초부터 무관세 상품 비율이 EU는 52%에 달했고 우리는 26%에 불과해 추가 개방폭으로 보면 EU는 28%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37%나 되므로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자동차 분야에서처럼 EU가 전례없이 관세철폐에 비관세장벽 철폐를 조건으로 내걸어 무늬만 개방안인 경우가 적지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처 간 이견이야 있을 수 있지만 협상 상대 앞에서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협상전략의 노출이나 다름없다. 한미 FTA 때는 협상 도중 대응전략이 미리 노출되어 낭패를 보더니 이제 한ㆍEU FTA에서는 자중지란으로 협상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줘 협상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U 측이 우리 측에 폭 넓은 개방안으로 공세를 펴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양허수준에 대해 27개 국가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추후 양보가 쉽지 않은 EU로서는 초반에 강력한 개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EU로서는 신속한 협상 진행이 절실한 입장이다. 반면 우리는 한미 FTA 때보다 낮은 양허안을 내놓으면 EU가 만족하지 못하고 그보다 더 수준 높은 개방안을 내놓으면 미국에도 동시에 적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EU가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점진적인 추가 양보로 기선을 제압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본다. EU의 복잡한 의사결정구조와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 일관되고 통일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ㆍEU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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