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솔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담은 새로운 경영체계를 선포했다. 이는 대내외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제지 등 주요 사업군이 장기적인 불황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동길(사진) 한솔그룹 회장은 5일 신년사를 통해 "창립 50주년을 넘어 100년 이상 가는 초일류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처럼 최고 경영진에서부터 현장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경영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솔경영체계(HMS·Hansol Management System)를 새롭게 정립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기존 이념체계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적 변화와 경영 환경의 미래상까지 반영하여 새로운 경영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최대가치 구현 ▦고객과 함께하는 지속성장을 그룹의 사명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활동으로는 ▦고객지향적 경영 활동 ▦새로운 가치의 발굴 ▦더 나은 방식의 실천적 적용 ▦차별적 경쟁 우위의 달성 등이 '사업원칙의 실천' 전략으로 제시됐다. '조직원칙의 실천' 전략으로는 ▦몰입 ▦투명 ▦스피드 등을 내놓았다. 몰입은 임직원들이 몰입도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영진이 동기를 부여하라는 주문이며, 투명은 실행관리·성과관리·체계관리 등 전 단계에서 투명성에 기반한 소통으로 효과적인 전략 실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스피드는 차별적 경쟁 우위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하는 것으로, 복잡성을 피하고 단순성을 확보하자는 개념을 담고 있다. 조 회장은 "탁월한 업무 집중 및 몰입을 통해 기존 성과에 도전하는 성장형 인간이 돼야 한다"며 "열린 소통과 윤리적 업무 처리로 고객과 주주,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스피드 경영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솔그룹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한솔경영체계에 대한 이해'란 소책자에는 1,000년이 넘도록 생존한 프랑스의 와인기업인 샤토 드굴랭, 네덜란드의 화학기업 데베르굴데한트, 400년이 넘은 일본의 스미토모 그룹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초일류 장수기업이 살아남는 비결이 "기업 경영에 있어 핵심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고 이를 기업의 미션과 행동 방식, 기업 문화 등에 뿌리 내리게 해 조직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현장 곳곳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그들만의 경영 체계로 구축,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1965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새한제지를 인수해 전주제지를 출범시킨 것이 모태다. 1991년 이인희 고문이 삼성으로부터 분리·독립해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꾸고 제2의 창업을 시작해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이후 2002년 조동길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최대 종합제지기업인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IT소재, 제3자 물류, 인테리어 건축자재, 첨단화학 소재, 플랜트·발전보일러, 종합레저, IT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제3의 창업'을 선언한 한솔그룹은 주력 회사인 한솔제지의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는 존속 회사는 선우영석 대표가, 신설되는 사업회사는 이상훈 대표가 맡았으며 양사의 재상장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투자회사의 사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사업회사는 한솔제지라는 사명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