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8일] 아이폰과 양치기 소년

최근 지인들에게 자주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아이폰 언제 나오느냐”이다. 지난 7월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출시된 애플의 3세대 아이폰은 한글이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는 출시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얼마 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 등 해외 휴대폰의 국내 진출을 가로막던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의 폐지 방안을 거론하자 아이폰 ‘팬’들은 환호했다. 애플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아이폰용 액세서리 판매를 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방통위가 업계의 신중론을 받아들여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자 실망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 추가 출시 국가 목록에도 우리나라가 빠져 “이거 또 물 건너 간 건가”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던 중 이달 초 “KTF가 애플과 계약을 맺고 오는 10월1일에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하자 KTF 측은 기사가 온라인에 뜬 지 몇 시간 만에 계약 체결을 부인하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소문에 근거한 기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6일, 이번에는 ‘아이폰이 11월에 위피를 탑재해 출시되며 KTF가 전용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짜증’을 넘어 ‘체념’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KTF에서 부랴부랴 내놓은 해명 자료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계속되는 루머성 기사들로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일각에서는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기술방식의 차이로 수입이 불가능한 LG텔레콤 등 아이폰 국내 출시로 타격을 입게 될 회사들 좋은 일만 시킨 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 그러나 확실한 자료나 공식 발표 없이 ‘익명의 관계자’가 한 말이나 풍문만으로 만든 기사는 언론의 공신력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발표하고 한껏 활기차야 할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 성현의 말을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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