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5일] 던롭

열 살짜리 꼬마의 깨진 무릎이 세상에 쿠션과 속도를 안겼다. 1886년 아일랜드 벨파스트. 스코틀랜드 출신 수의사 던롭은 아들이 안쓰러웠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무릎이 깨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었기 때문. 미국인 찰스 굿이어가 1839년 발명한 탄화고무로 만든 통고무바퀴는 질겼지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나무바퀴와 진배없었다. 묘수를 궁리하던 던롭은 무심코 축구공을 보다가 탄성을 질렀다. “이거다.” 던롭은 즉각 고무호스를 바퀴 테두리에 감고 바람을 집어넣었다. 타이어 속의 공기가 용수철처럼 완충작용을 해내 승차감이 좋아졌다. 지면과 바퀴의 마찰이 줄어 속도까지 붙었다. 2년 후 특허를 따낸 그는 바로 회사를 차렸다. 철제바퀴의 둘레에 통고무를 입혀 1848년 특허를 얻은 로버트 윌리엄 톰슨과 특허 분쟁을 겪으면서도 던롭의 공기 타이어는 급속하게 영역을 넓혀갔다. 던롭의 성장 무대는 자동차. 프랑스인 미슐랭이 1895년 파리~보르도 랠리에서 선보인 공기 타이어 장착 자동차의 성공에 너도 나도 통고무 타이어를 버리고 공기 타이어를 찾았다. 선두주자 던롭의 영역도 넓어졌다. 공기 타이어의 확산은 아시아의 숲을 바꿨다. 말레이시아가 세계최대의 천연고무 생산국가가 된 것도 던롭이 처음 세운 대규모 고무농장(플랜테이션)에 연유한다. 타이어의 초기 역사를 이끈 굿이어와 던롭ㆍ미쉐린은 세계적인 타이어회사의 사명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1840년 2월5일 태어난 던롭이 만든 공기 타이어는 발명이라기보다 ‘생활 속의 지혜’에 가깝지만 인류에게 안전과 안락함을 남겼다. 우리의 발 밑에서 굴러다니는 타이어에는 아들의 부상을 염려하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담겨 있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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