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지막 정기국회서 판가름 예상 속 찬성 5·반대 3·유보 8명으로 팽팽
개정안 발의 8개월이나 지났지만 국회 차원 충분한 논의조차 없어
표결 부치지 못한채 자동폐기 우려… 법조계 "심도있는 토론 이뤄져야"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9월 국정감사로 인해 국회 심사는 사실상 멈춰진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절반이 아직도 찬반 의사를 정하지 않은 채 유보 입장을 밝혀 대법원의 애간장을 태우는 형국이다. 상고법원의 향방이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서울경제신문 법조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대상으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6개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전체 16명 의원 가운데 5명이 찬성(조건부 포함)을, 3명은 반대 의사를 각각 나타냈다. 나머지 8명은 유보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6월에 언론에 공개된 찬반 결과와 비교하면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2명과 1명 줄어든 반면 유보는 3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은 김재경·이병석·홍일표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반대는 김도읍·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며, 유보 의견은 이상민·이한성·노철래·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과 전해철·우윤근·이춘석·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찬성 3, 반대 2, 유보 4, 새정치민주연합이 찬성 2, 반대 0, 유보 4, 정의당이 반대 1이다.
지난해 6월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상고심 개선 방안의 하나로 상고법원 설치를 건의하자 대법원은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법령 해석 통일이 필요하거나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상고법원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등 168명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6개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안건은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1소위에는 이한성·홍일표·김진태·김도읍 새누리당 의원과 전해철·서영교·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 등 8명이 속해있다. 상고법원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들 중 과반수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소위 의원 가운데 찬성의견을 표명한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홍일표 의원과 서영교 의원 등 2명이다. 서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대법관의 업무가 과중한 만큼 이를 줄어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50대·서울대·법대의 틀을 벗어난 상고법원 법관의 다양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부 찬성을 표명했다. 반면 반대의견은 김진태·서기호·김도읍 의원 등 3명이다. 특히 김진태·서기호 의원은 개정안 발의 당시부터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유보 의견을 표명한 이한성·전해철·임내현 3명의 의원이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는 개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8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상고법원 설치안이 소위에서 논의된 것은 단 2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6월 소위는 전문위원 등이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한 것에 불과했고 의원들이 의견을 나눈 것은 사실상 지난 7월 한차례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 안팎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법안이 자동 폐기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7월 소위에서 일부 의원들이 상고제도 개선에 공감대를 표명하는 등 일부 수정 등을 전제로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형국이다.
상고법원 설치 법안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표결에도 가보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수 있다. 일부 의원들도 이를 의식해 심도 있는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7월 소위에서 전해철 의원은 상고법원 설치안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지난 6월 '대법원 재판 패러다임의 변화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소모적인 논쟁으로만 끝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의원들이 나서서) 19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상고법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다 상고법원 법관의 임명방식을 바꾸는 등의 다양한 대안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상고법원을 두고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