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지난 권오승호(號)는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권 위원장 취임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격담합, 불공정거래행위 차단 등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국민에게 다가서는 공정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올 초부터 현대차와 두산그룹 등의 부당행위를 적발, 제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석유화학과 정유업체들의 제품가격 담합을 밝혀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시장경쟁질서 바로잡기에 나섰다. 또 교복업계의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 인터넷포털 업체에 대한 조사 등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굵직한 사안들도 대기 중이다. 권오승호는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업종을 기준으로 한 기능개편과 소비자정책 강화라는 두 가지의 큰 모험에 나선 것이다. 두 사안 모두 공정위의 틀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이며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진다. 조직개편의 경우 권 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부분이다. 기업집단팀ㆍ경쟁정책팀ㆍ소비자정보팀 등 기능별로 돼 있는 조직을 자동차팀ㆍ인터넷산업팀 등 업종별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 같은 작업은 시장감시본부를 시작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시장감시본부를 산업별로 편재해 해당 산업팀이 그 산업에 관련된 독점감시부터 기업결합ㆍ부당내부거래 등을 모두 도맡아 진행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조직개편이 성공할 경우 전문성은 물론 과거의 자료ㆍ정보 등도 모두 갖추게 돼 공정위는 정교한 첨단무기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기업들은 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또 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 산하기구로 편재된 후 소비자 관련 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소비자본부장을 외부에서 채용했고 정책의 방향도 소비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제공 체계와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정책이 그만큼 정교해지고 종합적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 같은 변화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변화가 실패할 경우의 부담, 그리고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무리한 성과달성의 과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에 급급해 정책집행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변화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돌아올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