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멕시코 경제의 고민

1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로마스 지역을 찾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형저택이 일렬로 줄을 서 있다. 끝없이 펼쳐진 정원을 지나 차를 타고 들어가야 현관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다. 고대 중세 봉건영주의 화려한 저택을 보는 듯하다.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 차로 20분을 달리면 또 다른 상류층 밀집지역 뽈랑스가 나타난다. 베르사체ㆍ샤넬ㆍ펜디 등 고급 명품전시장과 화려한 백화점들이 지갑 두둑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뉴욕 맨해튼의 명품거리 5번가를 옮겨놓은 것 같다.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 차로 40분 거리에는 빈민지역 이스타팔라파가 있다. 남루한 천막을 친 간이 상점들이 가득하며 담벼락은 지저분한 낙서로 뒤덮여 있고 주민들은 한눈에 봐도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다는 인상을 받는다. 멕시코시티 시내 도로에서도 동전을 구걸하는 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구 2,000만명의 멕시코시티에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영 딴판의 세상을 살고 있다. 멕시코 전체로 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북부에 위치한 멕시코시와 과달라하라ㆍ몬테레이 등 3대 도시에 상권의 80%가 집중돼 있는 반면 남부의 치아파스ㆍ오악사카 등은 절대 빈곤의 삶을 살고 있다. 이 같은 소득계층간, 지역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빈부격차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구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인 좌파 민주혁명당(PRD)은 35.31%의 표를 얻어 35.88%를 얻은 여당인 국민행동당(PAN)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집권당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위협받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8일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있는 소칼로광장에서 PRD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후보가 개최한 선거불복종 항의집회에는 40만명의 민중들이 모였다. 가진 자들만 살찌울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빵을 달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아즈텍 태양을 상징하는 PRD정당 깃발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소칼로광장을 뒤덮었으며 민중들은 혁명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출했다. 특히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이번 선거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민중들의 물리적인 행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한국 경제도 경기양극화가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윤을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처지라고 불평한다. 멕시코가 치르는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한국은 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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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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