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건율의 피팅 이야기] ⑪ 웨지

페어웨이나 단단한 벙커에선 작게 <br>러프나 부드러운 모래에선 큰 헤드로

앞서 언급했지만 골프용품 업체들은 아이언 헤드의 로프트를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다. 최근 2012 도쿄 골프전시회에 출품된 클럽들은 놀라울 정도였다. 몇 년 전만 해도 7번 아이언의 경우 39도가 표준 로프트로 받아들여졌는데 이젠 28도로 만드는 회사도 있다.

클럽페이스를 세우는 이유는 거리가 많이 나는 클럽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48도였던 피칭웨지 로프트 각 역시 40도 언저리까지 낮아졌다. 샌드웨지의 로프트는 보통 56도다.

피칭웨지와 그보다 더 짧은 웨지 사이의 로프트 차이가 15도 이상 나게 됐다는 얘기다. 아이언 클럽의 번호별 로프트 차이가 4도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다. 피칭과 샌드웨지 사이의 갭(Gap)웨지가 필요하게 된 배경이다. 갭 웨지는 50ㆍ52ㆍ54도나 51ㆍ53도 등 회사마다 다양한 로프트 제품이 나와 있고 아이언세트 제품일 경우 GㆍAㆍF 등의 명칭이 갭웨지 헤드에 새겨져 있다.


웨지를 선택할 때는 바운스 각을 로프트 각과 함께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바운스는 웨지 헤드 뒷면의 불룩한 부분을 가리킨다. 바운스 각이란 클럽의 바닥을 지면에 댔을 때 페이스 하단부인 리딩에지가 지면에서 들려있는 각도다. 쉽게 말해 바운스 각이 크면 리딩에지가 지면에서 많이 들리고 바운스 각이 작으면 리딩에지가 거의 지면에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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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가 거리와 탄도에 영향을 미친다면 바운스 각은 그린 주변 플레이에서 정타(正打)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갭웨지는 러프나 벙커 등 그린 주변의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운스 각을 살펴보면 좀더 쉽게 좋은 샷을 할 수 있다.

바운스 각이 작은 경우는 임팩트 때 리딩에지가 잔디나 모래에 파고들기 때문에 잔디가 짧게 깎여있는 페어웨이나 모래가 단단한 벙커에서 칠 때 적합하다. 반면 바운스 각이 큰 웨지는 풀이나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미끄러져 통과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러프나 부드러운 모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다수 업체들은 같은 로프트의 웨지라도 6도 이하, 7~11도, 12도 이상 등으로 바운스 각이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샌드웨지는 대개 바운스 각이 12도 이상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똑똑한 웨지 선택만으로도 그린 주변에서 까먹는 타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볼이 놓인 곳의 상태에 따라 다른 바운스 각을 가진 클럽을 선택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약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웨지 선택도 넓은 의미로는 피팅이다.

한편 바운스에는 탄생 일화가 있다. 1920~1930년대 최고의 골퍼였던 진 사라센은 벙커 샷을 할 때 웨지 헤드가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고전했다. 그러다 영화에서 수상비행기가 물에 빠지지 않고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바운스를 고안해냈다고 한다. 바운스 각을 쉽게 이해하기에 적절한 이야기인 것 같다. /오토파워ㆍ미라이스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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