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벤처기업이 클 수 있는 풍토조성이 관건이다

정부가 5년여 만에 다시 벤처기업 육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ㆍ세제대책반을 가동해 올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도 이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 등 벤처 연관기관의 보유채권을 출자전환과 채무감면 등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벤처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여겨졌고 적지않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경쟁적인 자금지원 속에 ‘묻지마투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구당 평균 1,000만원의 손실을 안겨줬을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벤처라는 말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벤처가 머니게임으로 전락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벤처육성방안으로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와 실패한 벤처의 회생지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보호예수기간 등 코스닥 시장의 차별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침도 겉돌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요청이다. 그러나 과거 유망 벤처의 실패사례를 보면 무분별한 자금지원보다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공정거래 풍토 확립 등을 통한 여건조성이 더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등 중소기업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아닐 수 없다. 벤처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나스닥 다음으로 많은 코스닥 등록기업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일반중소기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기술력에 기조한 벤처 육성을 위해서는 시장 진입과 퇴출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를 근절하고 기술력이 평가받는 기업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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