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 상승 급제동…외국인 대거"팔자"

자민당 참의원 선거 참패…日금융시장 요동<br>닛케이 장중 1.5% 하락 반발매수세로 진정<br>"그나마 안전" 日국채 가격도 상승세 접어<br>일부선 "시장 불안에 내달 금리인상 힘들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밑도는 참패를 당하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 증시 폭락 여파에 자민당의 선거패배 충격이 시장을 짓누르는 형국이다. 자민당 참패에 따른 주식시장의 하락기조가 이어질 경우 최근 일시적인 엔화 가치 급상승에 제동이 걸리고 장기적으로 엔화 하락세가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자민당은 30일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고 아베 정권의 유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자민당 내외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향후 정치 기상도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권력중추인 중의원을 해산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1.5%까지 하락했다가 반발매수세가 들어오며 결국 0.03% 오른 1만7,289.30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위험회피 경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정국혼미가 이어질 경우 주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아베 총리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재정 및 세제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일본 증시에서 돈을 빼내간 것이 최근 주가하락의 주요인이었다.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 전 내각에서 이어받은 개혁 과제의 추진이 이미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세 인상과 재정적차 축소 등 재정ㆍ세제개혁이 야당의 반발로 중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장과 함께 소득분배를 강조하는 민주당의 주장이 채택될 경우 기업의 비용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즉,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혼란은 일본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나타난 엔화 상승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대비 118.56엔에 그치면서 지난주 말 대비 0.1% 하락(엔화가치 상승)에 그쳤다. 외국인들이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엔캐리 청산에 따른 엔화 강세기조가 당분간 유지된다는 게 중론이다. 런던 소재 외환중개회사인 ICAP의 매튜 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으나 엔화 매수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아베 정권의 선거 패배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금 이탈은 채권시장에도 이어졌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일본 국채 가격은 상승세를 접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30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JGB) 수익률은 1.815%로 지난주 말보다 0.03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이 미 국채 등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대이동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8월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정국혼란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을 막는 직접적인 원인은 되지 않겠지만 정국 혼란이 시장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일본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자민당 내 금리인상 반대파의 선두인 나카가와 히데나오 간사장이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8월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신문은 자민당의 참패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운영에도 미세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의 참패로 보다 비둘기파적인 일본은행 총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RBC의 수 테린 애널리스트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함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의 후임으로 이토 다카도시 도쿄대 교수나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은행 부총재가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그간 후임으로 강력히 거론됐던 무토 토시로 일본은행 부총재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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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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