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돈 쌓아둔 대기업 투자 끌어낼 환경 조성부터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의 유동자산이 지난 6월 말 현재 252조여원으로 2년 사이 22% 늘어났다. 그룹별 유동자산은 삼성이 86조원으로 43%나 증가했고 현대자동차(59조원), 롯데(9조원) 등의 증가율도 평균을 웃돌았다. 증가율이 평균 아래지만 LGㆍSKㆍ현대중공업ㆍGSㆍ두산의 유동자산도 10조원을 넘는다. 새로운 먹거리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거나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걷히기를 기다리며 현금ㆍ예금 등의 형태로 엄청난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올 2ㆍ4분기 국내 총투자율은 24.9%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2ㆍ4분기(23.9%) 이후 가장 낮다. 대기업들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업활동을 옥죄는 입법을 쏟아내고 사정의 칼을 휘둘러대자 투자를 크게 줄였다. 30대 그룹의 경우 올 상반기 투자가 지난해보다 10% 넘게 줄어 연간 목표치의 4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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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위축과 유연성이 떨어지는 노동시장은 근로자들의 조기은퇴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귀결된다. 퇴직자들이 대출을 받아 치킨집ㆍ식당 등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136%로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치킨집 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내수ㆍ서비스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가능한 일이다.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에 나서는 게 기업이다. 노조의 지나친 경영개입과 낮은 생산성으로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현대차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대기업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워가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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