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료(헬스케어) 부문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이른바 '헬스테크' 산업이 뜨고 있다. 이에 따라 IT 인재들도 기존 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하거나 이직을 통해 헬스테크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헬스테크 신생기업들이 클라우드컴퓨팅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법을 의료 분야에 접목함에 따라 IT 세상으로부터 인재들을 수혈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헬스테크 분야는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디지털헬스에 투자된 자금은 35억달러(약 3조9,329억원)에 달했고 이 수치는 오는 2017년 65억달러(약 7조3,04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들이 전문 IT 지식을 무장한 채 이 산업에 도전장을 던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데이비드 이버스먼이 지난주 설립한 스타트업(신생기업) '리라헬스(Lyra Health)'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해 특정인의 우울증 및 불안증세를 식별해내고 이를 통해 정신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특히 이 회사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맥 사이트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한 경험이 있는 대니얼 턴켈랑을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선임하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정교한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 '하트플로(HeartFlow)' 역시 IT에 해박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최근 이 회사는 구글애널리틱스의 전 대표이자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전문 업체인 액시엄에서 활약한 필 무이를 CTO에 앉혔다.
헬스테크 기업들은 IT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들의 비용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하트플로의 심장질환 검사법은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는데 이를 활용할 경우 5,000달러나 되던 기존 검사 비용을 2,000달러 이하로 줄이면서도 더욱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장점이 옛 업무관행에 익숙한 의사 집단 등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생 헬스테크 업체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고 FT는 전했다. 하트플로의 존 스티븐스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기반의 택시 서비스) 우버처럼 우리가 하는 일에 행복해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과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며 기득권을 챙기는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잃을 돈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