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본점 9층 이벤트홀. 본격적인 모피 판매 시즌을 맞아 진도ㆍ근화ㆍ윤진모피 등 주요 모피업체들의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유로피안 모피대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보다 판매사원 숫자가 더 많았다. 한 판매직원은 “평일이기도 하지만 올해 모피 수요가 예년 같지 않은 것 같다”며 “고객들도 살펴보기만 할 뿐 좀체 지갑을 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모피 판매가 올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백화점마다 판매율 제고에 비상이 걸렸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지난 달부터 모피 패션쇼를 개최하고, 이달 들어 창립행사를 통해 특가전과 상품권, 사은품 증정 등 이벤트를 잇따라 열고 있지만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지난 2005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혹한으로 모피 수요가 급증해 반짝 특수를 누렸다. 롯데백화점은 2004년 565억원이던 매출이 2005년 905억원으로 60% 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2005년 각각 376억원과 3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신장율이 50~60%에 달했다. 백화점 모피 매출은 지난해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롯데는 872억원, 현대는 345억원, 신세계는 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15% 가량 역신장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쌍춘년 결혼 특수 때문에 매출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별다른 호재도 없고, 날씨마저 예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지난해보다 25~30% 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3사 매출 모두 지난 10월까지 전년 대비 21~25% 가량 준 상태다. 올 연말까지의 예상 매출도 롯데 700억원, 현대 276억원, 신세계 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가량 낮춰 잡았다. 홍성은 신세계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모피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가 최대 성수기”라면서 “전년 대비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인하나 판촉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 감소폭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피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도 백화점들은 특가전이나 사은품 증정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이나 색상의 모피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지만 백화점에 입점한 정통 모피 브랜드들의 경우 큰 변화가 없어 구매력을 갖춘 20~30대 젊은 여성 고객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정상가격을 올려 놓고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깎아 파는 등 비정상적인 판매 행태도 모피 시장 축소에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백화점 3사는 지난 3월 모피 가격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모피업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승범 롯데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새로운 모피 수요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소재나 디자인에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모피 원피 가격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정상가격을 현실화하는 것도 모피 판매를 촉진시키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