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론/11월 10일] 좌고우면하는 한국은행

오는 16일은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는 날이다.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은 소위 환율전쟁의 명목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해외자본이 금리차를 노리고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원화의 가치가 절상돼 우리의 수출업자에게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환율전쟁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600조원이 넘는 대규모 2차 경기부양책은 금융통화위원들에게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경기부양에 밀려난 물가안정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세계화 시대에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국가 간 자본이동의 움직임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는 분명해야 한다. 물론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금리동결 과정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은행은 8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세의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고 9월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동결했다. 10월은 금통위가 개최되기 직전 환율전쟁이 이슈화 됐고 이제 11월은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금통위의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통화당국이 부동산 경기도 살리고 수출업자도 생각하며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보조도 맞추다 보면 통화당국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은 물 건너 가버린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물가 상승률이 이런 여유를 가져도 될 정도라고 하지만 최근의 물가상승률은 심상치 않다.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이미 4%를 넘어섰다. 비록 그것이 공급 부문의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풀린 돈을 생각하면 그것은 물가상승 기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의 폐해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중에서도 큰 피해는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전반적인 가격상승의 폐해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먼저 오른 부분의 소비자가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가격이 늦게 오른 부분의 소비자는 오히려 혜택을 본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격상승을 주도하는 곳은 대체로 생필품 분야이다. 따라서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자신의 소득 중 생필품 지출 비중이 높은 일반 서민들이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된 지 이미 오래다. 개인의 저축은 금리보다 개인의 현재에 대한 미래의 시간 선호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연이은 금리동결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미래 불확실의 증폭은 개인의 시간 선호율을 높인다. 그럼에도 현재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실제 개인의 저축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저축보다 저장(hoarding)의 의미에 가깝다. 자금의 저장은 보다 나은 수익률을 향한 대기 자금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낳게 된다. 그래서 저금리 정책에 따른 자산 버블과 이로 인한 경기변동을 우려하는 것이다. 개인의 연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이 일본 수도권의 경우 5~6배인 데 반해 서울의 경우 12배에 이른다는 통계자료는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말해준다. 금리동결 효용성 따져봐야 금리동결이 원화 가치의 상승 억제로 수출업자에게 마냥 유리한지도 의문이다. 낮은 금리의 지속에 따른 국내 물가의 상승은 환율 상승을 야기할 수 있고 이것은 한국은행이 의도했던 수출촉진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다른 가격 변수와는 달리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경제주체와 관련돼 있다. 그래서 통화당국이 금리 결정이 가져올 모든 파장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화당국의 목표가 단순해야 하고 통화당국은 목표를 향해 정책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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