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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사고에서 비롯된 '나비효과'가 실제 업계 순위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나비효과가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사고가 유발한 아이러니로 읽힌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텔레마케팅(TM) 영업 방식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이를 대신해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3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삼성화재의 온라인자보 원수보험료(가마감)는 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자보 출범 이후 최대 월간 실적인 동시에 처음으로 업계 1위인 동부화재를 제쳤다.
반면 동부화재의 1월 원수보험료는 5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만에 월간 실적이 500억원대로 떨어졌다.
동부화재는 1월 전까지 줄곧 온라인자보 시장 1위를 유지해왔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온라인자보 상위권 손보사 실적은 하나같이 감소했다. 하이카다이렉트의 경우 1월 실적이 343억원으로 1개월 만에 22억원 감소했고 악사다이렉트(-49억원), 롯데손해보험(-23억원), 한화손해보험(-13억원), LIG손해보험(-2억원) 등도 같은 기간 실적후퇴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더케이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실적이 10억원 늘었는데 교직원이라는 확실한 캡티브마켓(내부시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의 온라인자보 시장 선두 등극, 동시에 나머지 손보사들의 실적감소를 놓고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빚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롯데·농협 등 3개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알려진 것은 1월 초로 이때부터 시작된 현장검사 및 텔레마케팅 영업중단 조치 등이 텔레마케팅 영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극도로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말하는 텔레마케팅 영업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영업방식 자체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액유치율은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악화됐고 텔레마케터 가운데 이직하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유일한 반사효과로 이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화재는 경쟁사에 비해 온라인자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또한 텔레마케터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마케팅(아웃바운드)하는 대다수 손보사들과 달리 고객이 사이트를 방문해 직접 가입(인바운드)하는 방식만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 온라인자보 규모가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것은 삼성화재의 브랜드파워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삼성화재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자보 시장 내 양극화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의 후폭풍이 2월 들어 더욱 거세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임이 확실하다. 여기에 텔레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잃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어려운 게 소비자 신뢰"라며 "삼성화재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런 추세라면 업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