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6자회담서 주목되는 '일본 역할론'

13개월만에 열리는 제4차 6자회담에서 일본의역할을 놓고 의구심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의구심은 그 간 일본이 6자회담장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을 거론,북한을 자극했고 4차회담 재개에도 기여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은 1∼3차 회담 기조발언에서 `납치'라는 단어를 빼고 넘어간 적이 없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납치 문제의 향방이 일본 내대북 여론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현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본에 대해 대부분 참가국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납치문제의 상대방인 북한은 의구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일본만은 회담재개에기여한 게 없다", "6자회담이 열려도 일본과는 상대하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예 `일본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측에서도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들고 나와 모처럼 마련된 회담장 분위기를 깰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폐기를 위한 것"이라며 "군축, 인권, 납치 문제를 의제화하려는 것은 이런 목표 달성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 차관도 일본에 대해 납치문제를회담 의제로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핵 다자회담에 양자 문제를 꺼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시각인 셈이다. 반면 일본에 거는 기대에는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시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한발짝 나아가 일본이 나름대로의 몫을 해 줄 것으로 보는관측도 깔려 있다. 더욱이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 외교가이번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서울에서 있었던 한.미.일 고위급 3자접촉 등을 통해 일본이 납치문제를 양자접촉은 몰라도 적어도 6자회담장에서는 거론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잡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기대를 부풀리게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임기중 북핵과납치문제 해결, 그리고 북ㆍ일 수교까지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의 측근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는 정동영 장관을 통해 지난달 17일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ㆍ일 수교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고이즈미 총리의 희망들 가운데 우선 순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핵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납치문제에서 진전과 함께 한꺼번에 북ㆍ일 수교로 가고 싶다는 것"이라며 북핵-납치문제-수교의 순서로 해석했다.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그 흐름이 바로 북ㆍ미, 북ㆍ일 관계 정상화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역할에 대해 "북이 주고 받을 것과 미국 등다른 참가국이 주고 받을 게 분명한 만큼 양측 결단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며 "이 결단 과정에서 일본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이 다리 역할 발언은 우리측의 200만kW 대북 송전 이전에 이뤄질 대북 중유지원에 일본이 동참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대북 협력까지 고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렇듯 일본의 태도는 회담 분위기 조성에 그치지 않고 그 진전 여부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일본의 `다리 역할론'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지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