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일본 경제의 뉴 슬럼프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3월 7일자

지난달 일본경제가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본정부는 일본경제가 여전히 회복세에 놓여 있다며 장미빛 전망을 제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그러한 낙관론에 귀 기울이고 있지만 일본경제가 아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본은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경우 통상 침체기로 정의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장관 모두 일본경제는 회복세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일본경제에 부담이 돼왔던 좀비기업이 사라지고 있고 임금소득이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나지 않는 소비 지출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지난 1월 소매 판매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연말 소비활동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지속적인 가격하락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생산자의 수익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1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0.3%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담보대출도 줄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시중 은행들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들 자금이 신용 공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본 은행의 대출 규모는 8년 연속 줄었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경제가 회복신호를 보여준다 해도 여전히 심각한 취약점을 안고 있으며 일본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에 부담이 되는 어떤 정책도 피해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97년 정부는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바로 세금을 인상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정부는 오는 4월1일 시작되는 회계연도에 99년 도입된 세금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번에도 이러한 정책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일본경제의 지속 가능한 회복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일본경제가 아직 취약하다는 것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경제에 추가로 부담을 주는 어떤 정책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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